코로나19 여파로 실내골프연습장 방문을 꺼리는 골퍼가 늘어나면서 실외골프연습장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20일 경기 용인의 한 실외골프연습장이 내장객들로 붐비고 있다.  /조희찬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실내골프연습장 방문을 꺼리는 골퍼가 늘어나면서 실외골프연습장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20일 경기 용인의 한 실외골프연습장이 내장객들로 붐비고 있다. /조희찬 기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솔직히 이해는 잘 안 돼요.”

20일 서울 외곽의 한 실외골프연습장. 1층에 들어서자 타구음이 연이어 귓등을 때렸다. 평일인데도 타석은 빈자리 없이 골퍼들로 빼곡했다. 연습장 관계자는 “주말이 되면 줄을 서야 타석을 배정받을 정도로 요즘 손님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 연습장은 지난 2월 매출이 작년 같은 달 대비 20% 증가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솔직히 이 시기에 장사가 잘된다고 알려지면 무슨 얘기가 나오겠어요. 표정관리 해야죠. 우리 연습장 이름은 좀 빼줬으면 합니다.”

혼자 조용히 골프를 즐기는 ‘언택트(untact) 골퍼족’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 접촉은 싫지만 골프는 건너뛸 수 없는 열혈 골퍼들이 정규 라운드 대신 찾아낸 대안이다. 언택트는 ‘접촉하다’라는 뜻의 영단어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두사 ‘언(un)’이 붙어 생겨난 ‘서로 마주치지 않는다’는 뜻의 신조어다.

‘심리적 안전지대’ 실외연습장으로

관련 업장들도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골프연습장이 그중 으뜸이다. 20일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실외골프연습장 10곳을 점검한 결과 절반이 넘는 7곳이 “이달 들어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뻥 뚫려 있는 실외골프연습장이 골퍼들의 ‘심리적 안전지대’로 여겨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추측한다. 대다수 연습장이 입구에서부터 열 감지기로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유한다. 타석 간 거리도 2~3m로 널찍하다. 밀폐돼 있는 실내연습장보다 감염될 확률이 낮다고 여기는 것이다.

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늘어났다는 서울 서초구의 한 실외골프연습장 관계자는 “피트니스에 있는 실내골프연습장을 이용하던 고객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되도록이면 구석에 있는 타석을 선호하는 게 코로나19 사태 전과 다른 점”이라고 전했다.

‘혼골족’의 ‘조인 골프’도 인기

경기 남양주의 파3 골프장도 손님이 늘었다. 평일에만 가능한 1인 플레이를 하는 ‘혼골족’이 많이 찾는다. 혼자서 18홀을 호젓하게 돌고, 어프로치와 퍼팅 연습도 눈치 보지 않고 여러 번 할 수 있다는 게 강점. 이 골프장 관계자는 “3월엔 정규 홀로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없는 게 정상인데 요즘은 정반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언택트 골프가 안전지대"…실외 연습장·파3·조인 골프는 '북적'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라운드를 하는 ‘조인 골프’도 비슷한 상황이다. 골프부킹사이트 엑스골프(XGOLF)에 따르면 올해 2월 ‘조인 예약’ 건수는 총 4854건으로 전년 동월(2052건) 대비 137% 증가했다. 특히 2월 첫주엔 15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1건)에 비해 346% 늘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3월 첫주는 143%, 둘째주는 177%로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있다.

조인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대화나 스킨십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대개 티오프하기 전 간단한 인사만 하고 말없이 라운드한 뒤 식사도 하지 않고 각자 귀가한다. 라운드 도중에는 어색하지 않게 ‘굿 샷’ 정도만 외쳐주면 된다. 캐디도 웬만해선 말을 걸지 않는다.

골프 조인 밴드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최호준 씨(50)는 “조인 골프를 하면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되고, 식사는 물론 사우나도 같이하지 않는 게 관행이다 보니 위험도가 아무래도 적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