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형 골퍼’ ‘실력파 골퍼’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비거리 늘리기다. “장타보다 정타”라고 자기 위안을 하다가도 저 앞에 떨어져 있는 친구의 공을 보면 자존심이 상한다. 정말 장타는 ‘타고나는’ 선천적 능력일까. 키 177㎝, 몸무게 65㎏의 신체 조건으로 350야드를 뻥뻥 때려내는 저스틴 토머스(27·미국), 그와 비슷한 신체 조건의 케빈 나(37·미국)를 보면 맞는 것도 같다. 하지만 장타자들의 ‘공통점’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지키는 일정한 ‘장타 조건’이 존재한다.

티 높게, 발사각 높이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들의 조언은 ‘티를 높게 꽂아라’다. 장타를 위해선 볼스피드와 백스핀 양, 체공 시간 등 다양한 요소가 ‘이상적’으로 작용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 최적의 ‘발사각’이 필요하다. 최적의 발사각을 만들려면 클럽이 지면에서 하늘로 향하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티가 어느 정도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스틴 존슨(36·미국), 버바 왓슨(42·미국) 등이 티를 높게 꽂고 치는 선수들이다. 존슨과 왓슨은 보통 다른 투어 선수들보다 1인치 더 높게 티를 세팅한다. 이를 통해 훨씬 더 높은 발사각을 만들어 낸다. 왓슨은 발사각이 평균 15도다. 11도인 일반 투어 선수보다 4도가 높다. 여기에 200㎞에 가까운 헤드스피드가 더해져 긴 체공 시간을 만들어 낸다. 왓슨의 공은 7초 넘게 하늘에 떠 있다.

지면 반력을 활용하라

토머스와 ‘초장타자’ 캐머런 챔프(25·미국)는 지면을 잘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면을 ‘박차는 느낌’으로 온 몸을 사용해 공에 힘을 집중한다. 챔프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땅을 강하게 누르는 느낌을 갖는다”며 “그 동작이 스피드를 만들고 클럽 헤드가 공을 강하게 때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챔프는 스스로의 동작을 ‘슬링(새총)샷’으로 부른다.

토머스도 마찬가지. 그는 백스윙 직전 왼발을 살짝 아래쪽으로 눌러주는 동작을 한다. 백스윙 때 체중을 오른쪽으로 강하게 옮기기 직전에 취하는 ‘시동’ 같은 동작이다. 몸통을 꼬아주면 체중의 중심이 오른쪽으로 급격히 이동한다. 이때 다른 장타자들이 그렇듯 오른발을 지면 쪽으로 강하게 눌러준다. 다운스윙 때 임팩트 구간이 가까워지면서 오른발로 땅을 강하게 딛는다. 박차고 일어서며 무게를 공에 싣는다. 그의 ‘까치발 스윙’은 이 같은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높은 티는 클럽 헤드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공을 임팩트하는 ‘상향 타격(upper blow)’을 좀 더 쉽게 한다. 타격각도와 발사각의 편차가 좁아지면 공의 스핀양도 함께 줄어든다. 같은 헤드 스피드와 힘으로 쳐도 스핀양이 줄면 비거리는 수십야드씩 더 나간다.

돌고 돌아 ‘정타가 장타’

정타는 모든 장타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부분이다. ‘뻔한 조언’이지만, 장타를 노리다 정타마저 놓치는 게 99%의 주말 골퍼들이다. 앞서 CJ나인브릿지컵에 출전한 브룩스 켑카(30·미국)는 장타 비결을 묻자 “드라이버 페이스 한가운데에 볼을 맞혀라”고 답했다. 제이슨 데이(33·호주)도 “장타의 기본은 정타”라고 했다. 강한 스윙보단 볼을 정확하게 맞히려고 노력하는 데서 장타가 나온다는 뜻이다. 근력, 유연성 강화를 빼놓고 장타를 말하기도 힘들다. 요즘 골퍼들은 회전과 타격에 필요한 온 몸의 근육을 총동원해 공을 때린다.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렉시 톰프슨(25·미국) 등이 대표적인 웨이트 예찬론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