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도쿄올림픽 개최를 미루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일본 내 여론이 80%가 넘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호치가 지난 13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약 500명 가운데 62%가 ‘도쿄올림픽 개최를 연기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9%는 ‘아예 중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체의 81%가 도쿄올림픽을 ‘중지 또는 연기’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답변은 19%에 불과했다.

응답자 수가 적고, 온라인상에서 이뤄진 조사인 만큼 정확성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내 또 다른 스포츠 전문 매체인 스포니치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연기 또는 취소’가 ‘예정대로 개최’ 의견을 앞질렀다. 890명이 참여한 스포니치 온라인 설문조사에선 57.2%(509명)가 연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응답은 20.6%(183명)였다. 전체의 77.8%가 ‘연기 또는 취소’에 동의한 것이다. ‘예정대로 진행’은 17%(151명)에 그쳤다.

스포니치는 ‘만약 일본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적으로 종식되지 않으면 위험 부담이 크다’거나 ‘선수나 관객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연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답변이 많았다고 전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2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예정대로 개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답변(45%)이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다’는 응답(40%)보다 많았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오는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사견을 전제로 올림픽 1년 연기를 언급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최근 독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언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온 일본 정부는 어떻게든 예정대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