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구단주 모욕한 서포터스에 '공 돌리기'로 맞선 축구선수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상대 팀의 실질적인 구단주를 모욕한 서포터스 탓에 경기가 두 차례나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기가 재개된 뒤 양 팀 선수들은 서로 공을 돌리며 남은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서포터스의 분별없는 행동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불미스러운 일은 1일(한국시간) 독일 진스하임의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끝난 2019-2020 독일 분데스리가 24라운드 호펜하임-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일어났다.

경기 시작 15분 만에 세 골을 몰아넣는 등 화끈한 골 잔치를 벌이며 원정팀 뮌헨이 6-0으로 앞서가던 후반 21분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뮌헨 원정 응원석에 호펜하임 구단의 최대 투자자인 디트마르 호프(80)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펼침막이 내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오히려 뮌헨의 한스-디터 플리크 감독과 선수들이 원정 응원석 쪽으로 몰려가 호프에 대한 모욕을 중단하라며 자신의 팀 팬들에게 요구했다.

경기는 재개됐다.

하지만 10분여가 지난 후반 32분께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경기는 또 중단됐다.

이번에는 뮌헨 구단 간부들까지 나서서 서포터스의 행동에 분노를 드러내며 당장 중단하라고 외쳤다.

다시 경기는 이어졌고, 양 팀 선수들은 서포터스에 대한 무언의 항의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기로 뜻을 모았다.

양 팀 선수들은 미드필드 진영에서 서로 공을 돌리며 남은 경기 시간을 흘려보냈다.

상대 선수와도 패스를 주고받았다.

호펜하임 홈 팬들은 양 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상대 구단주 모욕한 서포터스에 '공 돌리기'로 맞선 축구선수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양 팀 선수단 및 관계자는 그라운드로 내려온 호프와 함께 호펜하임 팬들에게 인사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칼 하인츠 루메니게 뮌헨 회장은 경기 후 뮌헨 팬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분데스리가에서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이 결국 벌어졌다"면서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관중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눈을 감아왔다.

축구의 추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성토했다.

막판 공 돌리기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주심과 상의한 뒤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분데스리가의 독특한 구단 소유 형태와 관련 있다.

분데스리가에는 다른 리그와 구별되는 '50+1 규정'이 있다.

구단과 팬 등이 지분의 과반인 51% 이상을 보유함으로써 기업이나 외국 자본 등이 대주주가 돼 구단 운영을 좌우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리그 경쟁력 저하와 우수 선수 유출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시민 구단처럼 지역 팬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기 위한 장치인 50+1 규정에 대한 분데스리가 팬들의 자부심은 크다.

상대 구단주 모욕한 서포터스에 '공 돌리기'로 맞선 축구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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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5년에 20년 이상 지속해서 특정 팀을 지원한 사람이나 기업은 해당 구단을 소유할 수 있도록 50+1 규정에 예외조항이 생겼다.

이를 처음 활용한 게 호프다.

호프는 호펜하임 구단 지분 96%를 사들여 최대 투자자에서 사실상의 구단주가 됐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의 공동창업자인 호프는 호펜하임 유스 팀 출신으로 1989년부터 호펜하임에 투자해왔다.

당시 5부 리그에 속했던 호펜하임은 호프의 투자 이후 승격을 거듭해 2008-2009시즌부터 줄곧 1부리그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독일 프로축구에서 개인으로는 처음 구단을 소유하게 된 호프는 다른 팀 팬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에 앞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팬들이 2018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호펜하임과의 원정 경기에서 비슷한 일을 저질러 2월 말 독일축구협회로부터 다음 두 시즌 호펜하임 원정 응원 금지에 도르트문트 구단은 5만 유로의 벌금 징계를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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