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골프 취소 50% 육박

체온 37.5도 넘으면 귀가 권유
열감지기 재고 없어 발 동동
확진자 방문 '괴담'에 피해도
골프장 입구에 설치된 열 감지기.

골프장 입구에 설치된 열 감지기.

“수도요금은 적게 나오겠네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1일 경기 남부의 한 골프장 관계자가 수화기 너머로 말끝을 흐렸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이 골프장 방문객의 ‘목욕탕 사용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대폭 줄어든 수건 사용량으로 이를 체감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욕탕 사용률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라운드 후 클럽하우스 내 식당 이용객 수도 눈에 띄게 줄었고, 아예 클럽하우스를 거치지 않는 골퍼도 있다”며 “그래도 이 시기에 골프장을 찾아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골프장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골프장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코로나 무풍지대’로 불리며 호황을 누렸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 날씨에다 동반자와 캐디를 제외하고는 밀접 접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방문객이 넘쳐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예약 취소가 속출하는 등 상황이 급변했다. 골프예약사이트 엑스골프(XGOLF)의 2월 넷째 주 예약 취소율은 43.1%에 달했다. 3월 첫째 주 예약 취소율은 44.7%로 더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약 건수는 지난주 약 1만568건에서 이번주 4762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 예약팀장은 “3월 단체팀 예약이 특히 급감했다”며 “라운드 당일 갑자기 취소해 달라는 개별팀도 많다”고 전했다.

카트마다 비치된 손 세정제.

카트마다 비치된 손 세정제.

골프장들은 빠르게 줄고 있는 방문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기 퍼블릭 골프장인 스카이72GC는 지난달부터 클럽하우스 앞에서 모든 방문객의 열을 재고 있다. 진행 속도가 대폭 느려지는 문제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차에 탄 채 열을 재는 비접촉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다. 37.5도가 넘으면 재측정하고, 기준치가 넘으면 귀가를 권유한다.

사람이 몰리는 목욕탕은 방역전문업체를 통해 매주 소독한다. 모든 카트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스카이72 관계자는 “라커 키, 라커 손잡이, 카트 등은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며 “비용이 많이 들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스카이72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많은 골프장이 ‘궁여지책’으로 열감지기 등을 급하게 구하고 있지만 이마저 주문이 밀려 당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권의 골프장 관계자는 “300만원이 넘는 고급형 열감지기는 주문이 밀려 당장 받을 수 없다고 해 예약을 걸어놨다”며 “급한 대로 70만원 정도 하는 열감지기를 가져다 놨다”고 전했다.

골프장들은 ‘코로나 괴담’ 단속에도 진땀을 빼고 있다. 평소라면 ‘헛소문’으로 웃어 넘길 일이지만 자칫하다간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골프장은 커뮤니티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진 뒤 예약률이 80% 가까이 떨어져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봤다. 또 다른 골프장은 회사 이름에 ‘신천지’ 관련 단어가 들어가 있어 최근 코로나19로 이슈가 된 신천지교회와 연관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매일 출근 후 골프 커뮤니티에서 우리 골프장과 관련한 헛소문이 돌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업무가 새로 생겼다”며 “온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려 있고 확진자 이동 경로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은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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