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왕’ ‘사기꾼’ ‘악동’. 좋지 않은 수식어는 모두 달고 다니는 패트릭 리드(30·미국·사진)가 보란 듯 또 한 번 ‘알토란’ 대회에서 우승했다.

리드는 24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인근 나우칼판의 차풀테펙GC(파71·7355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그는 2위 브라이슨 디섐보(17언더파·27·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8승째를 달성한 리드는 2014년 캐딜락챔피언십이라는 명칭으로 열린 이 대회 패권을 6년 만에 탈환했다.


‘실속형 골퍼’ 리드 “내가 후계자”

이번 우승으로 리드는 우승상금으로만 182만달러(약 22억원)를 챙겼다. ‘메이저급’ 우승상금이다. 리드가 최근 우승을 차지한 대회는 모두 메이저 또는 ‘메이저급’ 상금 규모를 가진 큰 대회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리드는 이 대회를 포함해 지난 대회 4승을 PGA투어 2016 플레이오프 바클레이스(현 노던트러스트·우승상금 153만달러), 2018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우승상금 198만달러), 2019 노던트러스트오픈(우승상금 166만5000달러)에서 올렸다. 4개 대회 우승상금은 700만달러(약 86억원)에 달한다. 대회 평균 21억5000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이다.

4개 대회 우승이 모두 1타 차 우승이라는 점에서 그의 ‘승부사 기질’이 읽힌다.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마스터스 챔피언’ 소리를 들었던 2018 마스터스에선 리키 파울러(32·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그린 재킷을 입었다. 지난 8승을 통틀어도 2014년 휴매나챌린지에서 거둔 2타 차 우승이 가장 큰 점수 차였다. 연장전 승리도 두 번이나 있었다. 라운드마다 선두가 뒤바뀐 이번 대회에서 그는 1라운드 선두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2라운드 선두 디섐보, 3라운드 선수 저스틴 토머스(27·미국) 등 차세대 후계자 그룹을 따돌렸다.

“욕 먹는 데 익숙”…강철 멘탈로 정상

리드는 빨간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즐겨 입는 ‘타이거’ 키즈다. 투어에선 ‘욕을 많이 먹는 선수’ ‘개념 없는 악동’으로도 통한다. 대학 시절 부정행위와 도난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2014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는 “나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재능을 가졌다”고 해 팬들의 반감을 자초했다. 지난해 12월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선 모래 위에서 샷하기 전 두 차례 공 뒤쪽 모래를 치우는 동작을 해 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리드와 동갑내기인 브룩스 켑카(미국)는 “리드의 행위는 (사인 훔치기로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같다”고 비꼬았다. 한 방송 해설가는 “리드는 상습적으로 규정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실력만큼은 ‘타이거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에도 승부처인 17번홀(파3)에서 약 5m 버디 퍼트를 성공해 쐐기를 박았다. 18번홀(파4)에선 티샷 실수를 보기로 막으며 1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나흘간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326야드로 41위에 불과했지만, 퍼팅 이득타수(SG 퍼팅)에선 11.824타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시즌 평균 퍼팅도 1위다.

리드는 “(비난에는) 익숙하다”며 “골프 코스 안팎에서 모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다음 세대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8위로…美 올림픽 후보로 급부상

리드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주 10위에서 2계단 오른 8위로 세계랭킹을 끌어올렸다. 그가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 나가려면 6월 기준 세계랭킹에서 전체 15위 안에 들고 미국 선수 중 4위 내에 들어야 한다. 현재 리드 위에는 켑카(3위), 토머스(4위), 더스틴 존슨(5위), 패트릭 캔틀레이(7위) 등이 촘촘히 붙어 있다. 그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45)가 10위다. 우상과의 경쟁이 불가피함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재미동포’ 케빈 나(37)가 12언더파 272타 공동 9위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에선 임성재(22)와 안병훈(29)이 나란히 3언더파 281타 공동 29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태희(36)는 19오버파 303타로 최하위인 72위에 머물렀으나 이번 대회가 커트 통과 없이 치러져 3만2000달러(약 39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