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사진)가 ‘죽음의 장타코스’에서 퍼터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1주일 만에 다시 바꿔들고 나온 34인치짜리 옛 퍼터 덕이 컸다.

매킬로이는 21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인근 나우칼판의 차풀테펙 GC(파71·7345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 1라운드를 6언더파 65타로 마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1개를 적어냈다. 버바 왓슨(42·미국)과 저스틴 토머스(36·미국)가 2타 차 공동 2위다.

이 코스는 해발 7800피트 이상의 고원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비거리가 15%가량 더 나간다. 볼의 비행을 방해하는 공기가 적어서다. 순위표 1~3위를 점령한 매킬로이(378야드), 왓슨(384야드), 토머스(396야드)가 모두 400야드에 가까운 ‘슈퍼 장타’를 쳐냈다. 하지만 매킬로이의 만족감을 이끌어낸 것은 퍼트였다. 18홀을 도는 동안 퍼팅을 26번만 했고, 그 덕분에 퍼팅으로만 3.62타를 덜어낸 것으로 분석됐다. 퍼팅지수(SG퍼팅)가 이날 경기한 선수 72명 중 4위다.

지난주 열린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에서 그는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마지막날 1오버를 치는 바람에 공동 5위로 주저앉았다. 당시 그는 평소와 달리 35인치짜리 긴 퍼터를 실험 삼아 들고나왔다. 그는 “팔꿈치와 어깨 정렬이 조금 불편했다. (34인치로 돌아온 뒤) 정렬이 잘 됐고 퍼팅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매킬로이가 우승하면 WGC 4개 대회를 석권하는 ‘WGC 슬램’을 달성한다. HSBC 챔피언스, 멕시코챔피언십,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 등 WGC 4개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선수는 더스틴 존슨(미국)밖에 없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존슨은 5오버파 공동 62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최장 393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렸지만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 퍼팅지수가 꼴찌 수준(68위)으로 나왔다.

임성재(22)가 버디 5개,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에 1오버파로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후반에만 3타를 줄여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