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스윙 취소에 국내에서 체력 보강…박성현·이정은·김세영은 "훈련 더!"

[권훈의 골프확대경] 코로나19 '강제 휴가'에 느긋한 박인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 달이 넘는 휴식기에 들어갔다.

16일 끝난 호주여자오픈 이후 LPGA투어는 4주 동안 대회를 쉰다.

호주오픈에 이어 열릴 예정이던 혼다 LPGA 타일랜드,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블루베이 LPGA 등 3개 대회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들 3개 대회 개최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태국, 싱가포르, 중국이다.

이른바 '아시안 스윙'이 통째로 없어진 것이다.

LPGA투어는 다음 달 21일 볼빅 파운더스컵부터 재개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런 갑작스러운 '강제 휴가'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올림픽 대표 경쟁에 나선 LPGA투어 한국 선수들은 일정 재조정에 바쁘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32)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박인비는 취소된 아시안 스윙 3개 대회 가운데 싱가포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만 출전할 계획이었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은 박인비가 좋아하는 대회다.

두 번이나 우승했던 기분 좋은 장소다.

이 대회가 취소된 것 아쉽지만 호주여자오픈 우승으로 여유가 생겼다.

박인비는 올해 시즌을 일찍 시작했다.

나가지 않았던 시즌 개막전부터 출격해 벌써 4개 대회를 뛰었다.

원래 대회 출전이 많지 않은 박인비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점에 우승과 함께 휴가가 주어진 건 행운이다.

17일 귀국한 박인비는 한국에서 3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박인비는 국내에 머무는 동안 '체력 강화'보다는 '체력 회복'에 중점을 둔다는 복안이다.

다만 원래 스케줄에서 빼놨던 볼빅 파운더스컵을 다시 출전할 대회 일정에 넣었다.

국내 휴가를 예상보다 빨리 시작하고 미국 본토로 건너가는 일정은 예정보다 조금 빨라졌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을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건 작년 신인왕 이정은(24)은 아시안 스윙 전면 취소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태국에서 겨울 훈련을 하다 호주에서 2주 연속 대회에 출전한 이정은은 내친김에 호주에서 미진한 훈련을 하기로 했다.

이정은은 애초 호주여자오픈을 마치고 곧바로 태국, 싱가포르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었지만 대회 취소로 일정이 꼬였다.

태국 겨울 훈련 캠프로 돌아가기도 무리여서 아예 일주일 동안 호주에 머물며 쇼트게임과 퍼트 등 실전 감각을 더 끌어올린다는 대안을 마련했다.

이정은은 25일께 귀국해 볼빅 파운더스컵 이전까지 훈련 계획 등 일정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아직 이번 시즌에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않은 박성현(27)은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입장이다.

박성현은 어깨 근육 부상을 치료하고 재활 운동을 하느라 겨울 훈련이 다른 선수보다 한참 늦어졌다.

27일 싱가포르 대회부터 출전하려던 계획도 일찌감치 접은 상태에서 아시안 스윙 대회 취소 소식을 들었다.

박성현에게는 모자란 겨울 훈련 시간을 벌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캠프에 입성하는 박성현은 미뤘던 강도 높은 훈련에 박차를 가할 각오다.

박성현은 아예 볼빅 파운더스컵도 제치고 3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기아 클래식부터 시즌을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세영(27)도 "동계훈련 기간이 전보다 길어졌다"는 생각으로 '강제 휴가'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세영은 플로리다주 2개 대회를 치르고 난 뒤 태국 대회부터 아시안 스윙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아시안 스윙 참가 직전에 베트남에 잠깐 들러 이경훈 코치에게 샷 점검을 받는다는 일정도 있었다.

그러나 아시안 스윙 전면 취소 때문에 김세영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미국 현지 캠프에 계속 머물고 있다.

김세영은 볼빅 파운더스컵 때까지 댈러스에서 훈련을 계속한다.

지난 연말 미국 현지 캠프로 떠난 이후 미국 땅을 벗어나지 않고 미국 본토 시즌을 맞게 된 김세영은 "완벽한 스윙을 구축해 대회에 나서게 됐다"고 일정 변경을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올림픽 출전 경쟁에서 안정권이라는 평가를 받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 역시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달 초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겨울 훈련을 하는 고진영은 "예정보다 겨울 훈련 기간이 더 길어졌으니 더 좋은 스윙으로 새 시즌을 맞을 수 있게 됐다"며 뜻을 전해왔다.

고진영도 애초에는 싱가포르에서 이번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일정이 바뀌었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부터 태국에서 겨울 훈련을 했던 김효주(25)는 출전하려던 태국 대회가 취소되면서 22일 일단 한국으로 들어온다.

태국과 싱가포르 대회 출전 일정을 모두 사라진 김효주는 일찌감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역으로 건너가 미국 본토 대회 준비에 나서기로 하고 현지 훈련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