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골프 군단’이 2주 연속 우승 기회를 잡았다. ‘골프 여제’ 박인비(32)와 ‘핫식스’ 이정은(24)이 선봉에 섰다.

박인비는 13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 인근 시턴의 로열애들레이드GC(파73·6633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ISPS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2개를 엮어 6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단독 선두인 조디 이워트 섀도프(7언더파·32·잉글랜드)에 1타 모자란 공동 2위. 이정은도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묶어 박인비와 같은 6언더파를 적어내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인비, 2주 연속 샷 이글…쾌조의 출발

퍼트 난조로 무너지며 일찍 짐을 싼 지난 두 대회 경기력과는 180도 달랐다. 샷과 퍼트 모두 살아나며 조화를 이뤘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샷 이글’로 출발했다. 지난주 빅오픈 1라운드 10번홀(파4)에 이어 2주 연속 샷 이글이다.

박인비
박인비
1번홀(파4)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 샷이 두 번 그린 바닥에 튕기더니 그대로 굴러 홀 안으로 사라졌다. 3번홀(파4)에선 약 4m 버디 퍼트를, 5번홀(파4)에선 약 3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넣었다. 7번홀(파3)에선 3퍼트 실수로 첫 보기가 나왔으나 8번홀(파4)에서 곧바로 버디로 실수를 만회했다. 12번홀(파3)에선 약 5m의 중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다시 치고 나갔다. 이후 파5홀인 15번, 17번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선두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티샷이 벙커에 빠진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내주는 바람에 아쉽게 공동 2위로 내려왔다.

전날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보다 한국 대표팀 되는 게 더 어렵다. 시즌 초반 2승 정도는 해야 한다”고 털어놓은 박인비는 그 어느 때보다 우승이 절실하다.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리조트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랭킹을 끌어올렸다가, 이후 두 대회 연속 커트 탈락하며 다시 세계랭킹이 17위로 미끄럼을 탔다. 도쿄올림픽에 나가려면 6월 세계랭킹 기준으로 전체 15위 내에서 한국 선수 중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박인비는 고진영(1위), 박성현(2위), 김세영(6위), 이정은(9위), 김효주(12위)에 이어 6위다. LPGA투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이 대회가 끝난 후 다음달 19일까지 휴식기에 들어간다. 이번 대회의 의미가 더 커진 셈이다.

이정은, 시즌 첫승 기회

박인비의 올림픽 티켓 경쟁자인 이정은도 동 타를 적어내며 ‘멍군’을 외쳤다. 260야드에 육박하는 티샷과 25개로 막은 ‘짠물 퍼트’로 6타를 줄이며 우승 후보로 대회를 시작했다. 현재 세계랭킹 기준으로 도쿄행 열차에 ‘턱걸이’하고 있는 이정은 역시 우승이 필요하다. 당분간 대회가 없어 추격자들을 따돌릴 기회가 많지 않아서다. 이정은은 “스코어에 만족한다”며 “그린 컨디션이 매우 좋았고 퍼트 스피드도 잘 맞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정은은 이날 질문에 직접 영어로 대답했다.

지난주 빅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무너진 조아연(20)이 4언더파 69타를 적어내 다시 한 번 우승 기대감을 높였다. ‘베테랑’ 최나연(33)도 조아연과 같은 4언더파를 쳐 모처럼 기분좋게 1라운드를 마쳤다. 최나연이 첫라운드에서 4언더파 이상을 친 것은 지난해 3월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7언더파) 이후 1년여 만이다. 최혜진(21)은 2언더파를 쳤다. 빅오픈 우승자 박희영(33)은 전반에 4오버파로 부진했다가 후반 15~18번홀 4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이븐파로 라운드를 수습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