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올림픽 진출에도 팀 운영 도마에…"부상으로 쓸 수 있는 카드 적었다"
"올림픽 본선 1승도 벅찬 게 사실…이번처럼 '맞춤형' 농구 해야"
여자농구 이문규 감독 "혹사, 있을 수 없는 얘기…총력전 한 것"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고 돌아온 여자 농구대표팀의 이문규 감독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불거진 '혹사 논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세르비아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마치고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감독은 취재진을 만나 "영국을 상대로 총력전을 벌인 덕분에 올림픽 출전권을 땄다.

부상 악재 속에 선수들이 고생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여자 농구대표팀은 9일까지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승 2패를 기록, 스페인, 중국에 이어 조 3위로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2차전 영국에 가까스로 이기고, 최종 3차전엔 중국에 대패하는 동안 주전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화해 논란을 불렀다.

'혹사'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감독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 한 경기라도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죽기 살기로 했다"고 항변했다.

영국과의 2차전 막바지가 교체 타이밍이 아니었냐는 질문에도 "(다른 선수들로)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달로 계약이 종료되는 이 감독은 "(계약 부분은) 제가 얘기할 수가 없다"면서도 올림픽 본선에 대해선 "1승 하기도 벅찬 게 사실이다.

영국을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1승을 위해 맞춤형 농구를 해야 하지 않겠나"하는 견해를 밝혔다.

여자농구 이문규 감독 "혹사, 있을 수 없는 얘기…총력전 한 것"
다음은 이 감독과의 문답.
-- 선수 기용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 대회 전부터 영국을 타깃으로 두고 훈련했는데, 사실 연습 기간이 짧았다.

국내 리그에서 선수 5명이 다쳐 진천에서 같이 훈련할 시간도 부족했다.

연습 시간은 5일 정도였지만, 그래도 하나 돼서 경기했다.

-- 혹사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 '혹사'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장기전도 아니고 올림픽 출전권을 위해선 한 경기라도 이겨야 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죽기 살기로 해야 했다.

5명의 환자를 둔 감독 입장에선 상대가 막판에 좁혀올 때 다른 선수들로 분위기 바꿔야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영국전 4쿼터 크게 앞설 때는 교체 타이밍 아니었는지.
▲ 농구는 3분 안에 10점이 왔다 갔다 하는 경기다.

분위기를 바꾸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강아정, 김한별, 김정은의 부상으로 우리로선 카드가 적었다.

뛰고 있는 선수들로 분위기를 가져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고집한 것이다.

선수들이 국내 리그 경기에서도 40분을 다 뛴다.

혹사보다도, 영국을 이기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했다고 이해해달라.
-- 교체 선수에 대한 신뢰를 쌓을 시간이 부족했다고 봐야 하나.

▲ 선수들 부상으로 첫날엔 3명, 다음날엔 4명밖에 연습하지 못했다.

12명이 모두 연습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설날 연휴로 사흘간 선수촌에서 밥을 못 먹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어쨌든 목표 향해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여자농구 이문규 감독 "혹사, 있을 수 없는 얘기…총력전 한 것"
-- 중국이 스페인을 꺾으면서 상황이 좀 꼬였다.

우리로선 중국에 지고, 만약에 영국이 스페인에 이겼다면 탈락이었다.

처음부터 영국만 타깃으로 삼은 게 모험 아니었나.

▲ 스페인은 세계 3위, 중국은 8위 안에 드는 팀이다.

그런 팀을 능히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그 팀들이 이긴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 국내 여론 좋지 않았는데 심정은.
▲ 사실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기사를 읽지 못했는데,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더라. 이번만큼은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여자농구 부흥하려고 한 게 선수들 생각이다.

배구가 앞서서 티켓을 따 와 정신적 부담도 있었다.

-- 올림픽 목표는.
▲ 3∼4팀이 한 조가 될 텐데, 한 팀은 이겨야 8강에 가지 않겠나.

1승 하기도 벅찬 게 사실이다.

영국을 상대로 12년의 한을 풀겠다고 생각하고 뭉쳤듯이 맞춤형 농구를 해야 하지 않겠나.

타깃을 잡아서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데 재신임에 대한 생각은.
▲ 모르겠다.

제가 얘기할 수 없다.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 혹시 남북 단일팀 제안이 나온다면.
▲ 우리 선수들 너무 고생했다.

정치적 문제는 감독 입장에선 말할 순 없지만, 그동안 해 온 선수들이 있으니 남측으로만 가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