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지니 잘 되네!”


필 미컬슨(미국)이 특유의 쇼트게임 기술을 과시했다. 9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80만달러)에서다. 만 50세 생일을 넉 달 남겨둔 그는 올시즌을 위해 7㎏이나 체중을 뺐다.

미컬슨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6816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16언더파. 17언더파를 친 닉 테일러(캐나다)를 1타 차로 바짝 뒤쫓았다. 이 대회는 미컬슨의 우승 텃밭이다. 통산 44승 가운데 이곳에서만 5개의 우승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이번에 역전우승하면 통산 45승이자 이 대회에서만 6승을 기록한다.

‘쇼트게임의 마법사’다웠다. 13번홀(파4)에선 14m짜리 벙커샷을 홀에 밀어 넣었고 14번홀(파5)에서는 그린 앞 27m 지점에서 친 어프로치샷을 버디로 연결시켰다. 압권은 대회의 상징홀인 7번홀(파3) 벙커샷. 미컬슨은 공이 모래에 깊숙이 박히자 동생이자 캐디인 팀 미컬슨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을 낮게 쳐서 러프를 먼저 맞힌 뒤 홀에 붙일 것이다.” 낮은 각도로 친 공이 빠르게 날아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러프의 풀을 ‘즉석 브레이크’로 삼겠다는 의도다.

미컬슨은 이 샷을 홀에 붙여 파를 잡았다. 웬만한 프로들은 시도조차 하기 힘든 묘기샷을 ‘예고’한 대로 성공한 것이다. 미컬슨은 “내 생애 두 번째로 잘한 벙커샷”이라며 흡족해했다.

함께 경기한 브랜트 스네데커(미국)는 “우리는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걸 그는 쉽게 해낸다. 그만의 골프 예술이 살아났다”고 치켜세웠다.

미컬슨은 최근 고강도 체력훈련과 다이어트로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나이가 들고 몸이 무거워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회복도 느려졌다”는 게 미컬슨의 다이어트 결심 이유다. 2010년 관절염 진단을 받은 미컬슨은 이후 체중이 불어날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다이어트를 시도해왔다. 이번엔 저탄수화물 커피와 물로만 1주일을 버티는 ‘간헐적 단식’으로 단기간에 살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은 모두 커트탈락했다. 최경주(50)가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는 맹타를 휘둘렀음에도 3라운드에서 5타를 잃는 바람에 아쉽게 짐을 쌌다. 김시우(25)와 강성훈(33)은 각각 7오버파, 11오버파를 적어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