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엑셀 기반 프로그램으로 경기 중 상대팀 사인 연구"
MLB 휴스턴 '사인훔치기' 시작은 인턴이 만든 '사인 해독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뒤흔든 휴스턴 애스트로스 구단의 전자 장비를 활용한 '사인 훔치기'는 인턴사원이 고안한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한국시간) '어둠의 마법과 사인 해독기(코드 브레이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가 시작된 과정을 파헤쳤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제프 루노 전 휴스턴 단장에게 보낸 비공개 서한을 근거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인 절도 스캔들에서 '코드 브레이커'로 명명된 프로그램과 이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MLB 사무국의 징계 발표에 앞서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휴스턴 사인 스캔들을 조사한 내용을 루노 전 단장에게 설명했다.

서한 발송 얼마 후 MLB 사무국은 루노 전 단장과 A.J. 힌치 전 휴스턴 감독을 1년간 무보수 자격 정지 처분하고 휴스턴 구단에 벌금 500만달러를 부과하며 2020∼2021년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하는 징계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루노 전 단장과 힌치 전 감독은 해고당했다.

휴스턴에서 뛴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폭로로 휴스턴 구단이 2017∼2018년 자행한 사인 훔치기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기장에 설치된 전자 장비로 상대 팀 사인을 찍어 이를 풀어낸 뒤 더그아웃에서 쓰레기통을 두들기는 방식으로 타석에 선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을 알려줬다는 게 사인 절도 추문의 핵심이다.

이는 2016년 9월 한 인턴사원의 프로그램 시연에서 비롯됐다.

보도를 보면, 엑셀을 기반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상대 팀 포수의 사인을 해독하도록 설계됐다.

휴스턴 구단 운영팀 관계자와 비디오 영상 분석실 관계자들은 홈 경기는 물론 원정 경기에서도 '사인 해독'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MLB 휴스턴 '사인훔치기' 시작은 인턴이 만든 '사인 해독기'

휴스턴 구단 직원들이 계산 소프트웨어인 스프레드시트에 포수의 사인과 투수의 구종을 하나씩 기입하면, 사인 해독 프로그램이 포수 사인과 다른 구종의 연관성을 파악해 사인의 의미를 도출한다.

사인 정보는 중개자를 통해 누상에 있던 주자에게 전달되고, 주자는 타자에게 이를 알렸다.

이 시스템에 맛 들인 휴스턴 선수들은 나중엔 더그아웃 쓰레기통을 두들겨 타자에게 직접 다음 구종을 알리는 식으로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인턴사원의 시연을 본 루노 전 단장이 사안의 불법성을 인지했느냐를 두고선 의견이 갈린다.

루노 전 단장이 "경기 중이 아닌 지난 경기의 사인을 보고 도출한 합법적인 사인 해독으로 알았다"고 주장한 데 반해 다른 구단 관계자들은 루노 전 단장이 위법성을 모를 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단, MLB 사무국의 조사에서 루노 전 단장이 불법성을 인지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불법적인 '사인 훔치기'를 반대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책임을 지고 물러난 힌치 전 감독은 MLB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것을 용인했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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