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선수 이탈·고참 선수들 은퇴에도 "지금 대표팀이 평창 때보다 나아"
"정몽원 회장 IIHF 명예의 전당 헌액, 눈물이 날 정도로 자랑스러워"
백지선 감독 "2022 베이징올림픽 자력 진출, 충분히 가능"
백지선(53·영어명 짐 팩) 감독은 2018년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사상 최초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톱 디비전인 '월드챔피언십'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4경기에서 모두 패했지만, 조별 리그 1차전에서 강호 체코와 박빙의 승부(1-2)를 펼치고 8강 진출 플레이오프에서 핀란드를 상대로 선전(2-5)하며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2014년 7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백 감독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백 감독은 전술과 팀 관리 등 선진 아이스하키 시스템을 한국에 이식했다.

특히 남자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완벽한 팀 장악력을 바탕으로 조직력과 결속력을 극대화하고, 선수들에게 철저하게 동기를 부여하며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기적을 이끈 백 감독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자력 진출을 꿈꾼다.

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 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KB금융 레거시컵 2020' 쿤룬 레드스타와의 2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3-4로 석패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 소속의 쿤룬을 상대로 1피리어드에서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2-0의 리드를 잡고도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경기 후에 만난 백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첫 10분간은 정말로 좋은 경기를 했다"며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60분 경기다.

10분이 아니라 60분 동안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아쉽게 패했지만 백 감독은 경기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표팀이 따로 훈련할 시간이 부족했고,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일정 탓에 베스트 전력의 대표팀을 구성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백지선 감독 "2022 베이징올림픽 자력 진출, 충분히 가능"
대표팀의 앞길에는 더 중요한 과제가 놓여 있다.

한국은 4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2020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월드챔피언십 재진입에 도전한다.

이어 8월 말에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최종 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F조에 편성된 한국은 노르웨이와 덴마크, 그리고 3차 예선 통과 팀 가운데 IIHF 랭킹 최상위국을 상대로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다툰다.

개최국 본선 진출권을 얻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은 이번에는 자력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린다.

백 감독은 "우리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베이징에 가야 한다"며 "대표팀 선수들도 새 목표 아래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평창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에서 쌓은 경험으로 인해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나 역시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귀화 선수들의 이탈과 고참 선수들의 은퇴로 인해 평창 때보다 대표팀 전력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백 감독은 이러한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대표팀이 더 좋다"며 그 근거로 지난해 11월 헝가리에서 열린 2019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를 꼽았다.

한국은 당시 대회에서 '젊은 피'를 대거 투입하고도 강호 벨라루스와 11골을 주고받는 혈투 끝에 5-6으로 패했다.

우크라이나에는 4-2 역전승을 거뒀고, 일본전에서는 국내 선수만으로 5-2 완승을 했다.

백 감독은 "우리는 헝가리에서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진짜 경기다운 경기를 했다"며 "올림픽 최종 예선에 맞춰 컨디션만 잘 끌어올린다면 (올림픽 본선 자력 진출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이 올림픽 자력 진출까지 노릴 수 있는 강팀으로 도약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백 감독은 든든한 조력자인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한라그룹 회장)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백 감독은 정 회장의 IIHF 명예의 전당 입성을 누구 보다 반겼다.

백 감독은 "정 회장이 없었다면 한국 아이스하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의 열정과 헌신, 믿음이 한국 아이스하키를 지금의 수준으로 성장시켰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백 감독은 "정 회장은 진정으로 명예의 전당의 영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정말 자랑스러웠다.

눈물이 날 정도였다"며 "정 회장의 지원 속에 한국 아이스하키에 더 좋은 일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