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황금세대' 버거의 부진 탈출구는 고교 때 쓰던 아이언
대니얼 버거(미국)는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잰더 셔플리(이상 미국) 등과 함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황금세대'의 일원이다.

동갑 친구들처럼 대학 무대를 주름잡았던 버거의 아버지 제이 버거는 한때 세계랭킹 7위까지 올랐던 테니스 스타였다.

또 할머니는 미국 뉴욕주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빼어난 아마추어 골퍼였던 터라 버거는 동갑 내기 중에서도 주목을 더 받았다.

2015년 PGA투어에 입성한 그는 기대대로 신인왕에 올라 '황금세대' 선두 주자로 낙점을 받았다.

2016년과 2017년 세인트 주드 클래식을 2년 연속 우승한 그는 그러나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다.

2018년엔 페덱스컵 랭킹 70위였던 그는 지난 시즌에는 131위로 처져 플레이오프에도 나가지 못했다.

부진 탈출이 급선무인 그는 올해부터 이른바 '장비 자유계약 선수'가 됐다.

장비 자유계약 선수는 특정 회사의 제품을 쓰는 계약을 않은 선수를 말한다.

패트릭 리드(미국)와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가 대표적인 장비 자유계약 선수로 꼽힌다.

계약한 특정 제품이 없으니 아무 브랜드나 입맛대로 클럽을 골라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음대로 클럽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그는 놀랍게도 고등학생 때 썼던 아이언을 들고 경기에 나섰다.

2011년 모델이다.

그는 2016년 첫 우승 때도 같은 모델 아이언을 사용했다.

지난 3일 끝난 피닉스오픈부터 고교 때 쓰던 아이언으로 경기에 나선 그는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 7번째 대회 만에 처음 톱10에 진입했으니 성공한 셈이다.

AT&T 내셔널 프로암에 출전한 그의 골프백에도 이 아이언이 꽂혀있다.

버거는 "작년 말로 계약이 끝나고선 수 많은 신제품을 시타 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면서 "나한테 이미 잘 맞는다고 검증된 클럽이 있다면 그걸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행운도 따랐다.

출시된 지 9년이 지난 아이언 클럽이라 당연히 이제는 생산되지 않지만, 버거는 집 창고에서 온전한 이 아이언 세트를 찾았다.

그는 "2011년에 똑같은 아이언 세트를 3개 더 마련해놨다"면서 "쓰다 낡으면 교체하곤 했었는데, 찾아보니 포장도 안 뜯은 아이언 세트가 하나 있었고 그걸 지금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는 지금 쓰는 아이언 세트가 낡으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져서라도 계속해서 이 아이언으로 경기를 할 생각이다.

반갑게도 2011년에 생산된 아이언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SNS를 통해 연락해오는 팬이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