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단타자 심프슨이 장타 전성시대에 부활한 비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우승한 웨브 심프슨(미국)은 장타와는 거리가 멀다.

올해 장타 부문 133위(평균 294.8야드)다.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긴 선수가 85명에 이를 만큼 장타자가 활개 치는 PGA투어에서 명함도 못 내밀 처지다.

그러나 심프슨을 올해 PGA투어에서 거둔 성적은 내로라하는 장타자들이 부럽지 않다.

그는 이번 시즌에 4개 대회를 치러 모두 톱10에 들었다.

우승 한번, 준우승 한번, 3위 한 번에 가장 못 한 게 7위다.

피닉스오픈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피닉스오픈 종료 시점에 그가 이번 시즌 평균 타수 1위(67.598타)에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심프슨은 이번이 6번째 PGA투어 우승이다.

2012년 US오픈, 2018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 특급 대회도 제패했지만, 압도적인 절대 강자의 이미지는 한 번도 지녀본 적이 없다.

올해 35세가 된 심프슨이 장타력도 없이 2년 동안 침묵을 깨는 데 그치지 않고 투어 최고의 선수를 넘보게 된 원동력을 뭘까.

심프슨은 원래 장타 대신 정교한 샷을 구사하는 선수다.

조심스럽고, 계산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발군이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심프슨의 캐디 폴 테소리는 "말라보이지만 속은 꽉 찬 몸을 지녔다"면서 "전보다 더 힘이 세지고, 무엇보다 더 유연해졌다"고 밝혔다.

테소리는 "겉으로 봐선 잘 모르겠지만, 그는 몸 관리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심프슨은 예전부터 장타자는 아니었지만, 갈수록 많아지는 장타자들과 대결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PGA투어에서 페어웨이 안착률 9위(72.77%), 그린 적중률 5위(77.43%)라는 정교한 샷을 구사하는 심프슨은 필요할 때는 300야드를 넘어가는 장타도 날릴 수도 있다.

그는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346야드를 날아가는 티샷을 때리기도 했다.

대회 내내 멀리 치는 게 아니라 전술적인 위험이 없을 때만 힘의 100%를 쓴다는 얘기다.

심프슨의 또 하나 전략은 출전 대회를 정할 때 코스 특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타자가 유리한 코스보다는 정교한 샷을 구사하는 선수가 우승 확률이 높은 코스를 골라 대회 출전 일정을 짠다.

심프슨은 "나는 장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게 잘 통하는 곳을 골라서 경기하려고 한다"면서 "긴 코스에서 경기하는 건 상관없지만, 거기선 우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승한 피닉스오픈 개최지 TPC 스코츠데일 역시 장타보다는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선수에 유리한 코스다.

타수를 줄이려면 티샷을 멀리 날리는 것보다는 그린 주변 쇼트게임이 훨씬 더 요긴한 코스가 TPC 스코츠데일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이번 대회에서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페어웨이 안착률이 높았고, 아이언샷으로 이득을 본 타수가 전체 5위였다.

몸에 퍼터를 고정하지 못하게 규칙이 바뀐 여파로 한때 세계랭킹 100위 밖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진입하는 등 재기에 성공한 심프슨은 "슬럼프를 겪으면서 내 약점이 뭔가를 분석했다"면서 "일관성을 잃었을 때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고, 일관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