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72가 창립 15주년을 맞아 연간 내장객 40만 명 시대를 바라보게 됐다. 깐깐한 코스 관리와 남다른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 중심 경영’을 펼쳐온 결과다. 스카이72 직원들이 바다코스 스타트 광장에서 붕어빵, 아이스크림 등 스카이72 상징물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스카이72가 창립 15주년을 맞아 연간 내장객 40만 명 시대를 바라보게 됐다. 깐깐한 코스 관리와 남다른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 중심 경영’을 펼쳐온 결과다. 스카이72 직원들이 바다코스 스타트 광장에서 붕어빵, 아이스크림 등 스카이72 상징물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39만9187명. 2019년 한 해 동안 인천 영종도에 있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이하 스카이72)를 다녀간 내장객 수다. 하늘·오션·레이크·클래식 4개 코스가 본격적으로 골퍼를 맞이하기 시작한 2006년 스카이72의 내장객은 30만 명을 갓 넘겼다. 창립 15주년인 올해는 ‘40만 명 시대’를 예고할 만큼 덩치가 커졌다. 스카이72에서 한 해에만 300라운드(18홀 기준)를 소화하는 열혈 골퍼가 등장했고, 누적 라운드 수가 1000회를 넘어 골프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골퍼도 수십 명이다. ‘골퍼들의 성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396만㎡의 허허벌판에 ‘고객 중심 서비스’라는 씨앗을 뿌려 거둔 성과다.

김영재 스카이72 대표는 “고객인 골퍼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하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골프장도 생존할 수 있다”며 “‘1라운드=18홀 플레이’를 빼곤 모든 것을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왔다”고 돌아봤다.

프리미엄 퍼블릭의 아이콘

2004년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스카이72 터는 개펄과 바위산이 전부였다. 2005년 7월 하늘코스가 처음 문을 열고, 같은 해 9월 레이크와 클래식코스, 10월 오션코스 개장이 뒤따르면서 국내 최대(당시 기준) 72홀 퍼블릭 골프장이 탄생했다.

그때만 해도 퍼블릭은 회원제 골프장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가 좋지 않다’ ‘관리가 안 된다’ ‘서비스가 별로다’ 등 선입견이 팽배했다. 스카이72는 이 편견을 철저히 깨부쉈다. 골프장들이 보통 그린 잔디로 사용하는 양잔디(벤트그라스)를 페어웨이에 심는 승부수를 띄웠다. ‘스카이72=프리미엄 퍼블릭’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당시 전 세계 골프장 중 페어웨이 잔디로 벤트그라스를 쓴 곳은 1%가 채 안 됐다. 한국에서도 명문 회원제 제주나인브릿지가 유일했다. 스카이72가 한국에서 두 번째이자 육지에서는 최초였다.

김 대표는 “벤트그라스를 식재하면 코스 수준은 높아지지만 한국 잔디에 비해 관리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스카이72가 벤트그라스를 쓴 것은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코스가 하드웨어라면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다. 스카이72는 명문 회원제 수준의 코스를 갖추면서 동시에 서비스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문을 연 직후부터 코스별·계절별·요일별·시간대별 그린피를 차등화하고 악천후 때 골퍼가 플레이한 홀까지만 그린피 등 비용을 계산하는 ‘홀별 정산제’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명문 회원제 수준의 코스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에 플레이할 수 있게 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며 “그린피 차등화와 홀별 정산제는 스카이72가 국내 최초”라고 말했다.

LPGA 개최 등 ‘글로벌 명소’로 우뚝

“시간만 잘 고르면 합리적인 가격에 명문 회원제 골프장 수준의 코스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스카이72를 다녀간 골퍼들을 통해 이런 입소문이 차츰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다른 골프장에서는 불가능했던 ‘반바지’ 라운드도 골퍼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그러던 중 스카이72가 국내 골프계 화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이벤트’가 등장했다. 200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10대 천재 골퍼’로 이름을 날린 재미동포 미셸 위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들과 ‘성 대결’을 펼치는 SK텔레콤오픈 개최지로 낙점된 것. 지리적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가까운 데다 부지가 넓어 수많은 갤러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결과는 대성공. 미셸 위를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코스에 인접한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차를 세우고 멀리서나마 경기를 보려는 갤러리들까지 가세하면서 공항으로 가는 차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이벤트가 날개가 됐다. 스카이72는 이후 국내 퍼블릭 최초로 LPGA투어 대회를 여는 영광까지 누리게 됐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간 오션코스에서는 LPGA투어 대회가 쉬지 않고 열렸다. “국제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서 쳐보자”며 더 많은 골퍼들이 스카이72를 찾은 건 물론이다. 지금도 SK텔레콤오픈과 KEB하나은행챔피언십 등 KPGA 및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가 매년 2~3개씩 열린다.

철저한 ‘기승전 골퍼’ 철학

‘역지사지.’ 스카이72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을 골퍼 처지에서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개장 때부터 골퍼들이 골프장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직접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가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이 매일 아침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게 A4용지 수십 장 분량의 VOC를 확인하는 일이다. 골퍼와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하는 캐디를 비롯 프런트, 레스토랑, 그늘집 등 현장 직원들도 매일같이 VOC를 작성하며 골퍼들의 목소리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한다. “레이디 티에도 홀맵을 놓아달라”는 여성 골퍼들의 의견을 캐디가 VOC에 올리자 골프장이 이를 즉각 반영한 게 좋은 예다.

스카이72의 이런 노력은 ‘골프에서 즐거움을 찾자’는 슬로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슬로건은 한국 사회에서 골프가 지닌 부정적 편견을 허물고 스포츠로서 골프 본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골퍼를 위한 골프장’이 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골퍼들의 희로애락을 공유하기 위해 골프장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를 심어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남성 사우나에는 ‘100돌이님 전용’ ‘싱글님 전용’ ‘참회의 눈물 전용’ 샤워 부스가 있다. 화장실에도 ‘초보는 걱정한 데로, 고수는 친 데로, 프로는 본 데로 간다’는 등 골퍼들의 심금을 울리는 골프 경구들이 수두룩하다.

김 대표는 “골프가 동반자들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는 레저로서, 또 자연을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