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체급 10개→8개, 여자 체급 3개→5개
IOC, AIBA 자격 박탈하고 올림픽 예선·본선 직접 주관
2월 3∼14일 중국 우한에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도쿄올림픽] 종목소개 (16) 복싱
복싱은 우리말로는 권투다.

주먹 권(拳)에 싸울 투(鬪)를 쓴다.

복싱은 6.1m 정사각의 링에서 그 뜻 그대로 인간과 인간이 맨살을 부딪치며 주먹으로 결판을 내는 종목이다.

복싱이 올림픽 종목으로 데뷔한 것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부터다.

초창기에는 남자부 5체급뿐이었으나 점진적으로 증가해 10체급이 됐고,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여자부 3체급이 신설됐다.

2020 도쿄올림픽에는 여자부 2체급이 늘고, 남자는 2체급이 줄었다.

그 결과 총 금메달 수는 13개로 같지만, 도쿄올림픽에서 복싱은 남자 8체급, 여자 5체급으로 양성평등에 보다 가까워졌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는 아마추어 복싱의 상징과도 같았던 헤드기어가 사라졌다.

헤드기어가 통념과는 달리 뇌 손상을 더 많이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여자 복서들은 실증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도쿄올림픽에서도 헤드기어를 그대로 착용한다.

남녀 모두 3분 3라운드로 경기를 치른다.

라운드별 10점 만점제다.

판정으로 갈 경우 5명의 부심이 매긴 점수를 토대로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복싱은 하마터면 도쿄올림픽에서 퇴출당할 뻔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심각한 재정난 속에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편파 판정 논란을 일으킨 국제복싱협회(AIBA)를 상대로 개혁을 요구해왔다.

IOC는 AIBA가 개선된 자구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복싱을 올림픽에서 퇴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BA는 이에 18개월간 자구 노력에 나섰지만, IOC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IOC는 지난해 5월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복싱을 도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유지하되 AIBA의 올림픽 복싱 주관 자격을 박탈했다.

또한 리우올림픽에 참가했던 심판 36명 전원을 도쿄올림픽에서 배제키로 결정했다.

그 결과 도쿄올림픽 예선과 본선은 모두 IOC 주관하에 열린다.

[도쿄올림픽] 종목소개 (16) 복싱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은 2월 3∼14일 중국 우한에서 펼쳐진다.

우여곡절 속에 우한에서 열리는 올림픽 지역 예선을 바라보는 한국 복싱인들의 마음은 무겁다.

우한을 집어삼킨 폐렴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복싱의 위기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어서다.

한국 복싱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이 금메달 2개를 따낸 이후로 올림픽 금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은메달 1개로 겨우 체면을 지켰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 동메달 2개, 2008년 베이징에서 동메달 1개, 2012년 런던에서 은메달 1개에 그쳤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남녀를 통틀어 단 한 명도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 복싱이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동서냉전으로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제외하고 6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할 위기였으나 기적이 일어났다.

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 중 한 명이 도핑에 걸리는 바람에 함상명이 극적으로 리우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이다.

68년 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참극은 피했으나 한국 복싱은 리우올림픽에 역대 최소 인원인 1명의 출전 선수를 내보냈을 정도로 극심한 침체에 허덕였다.

그리고 4년이 흘러, 한국 복싱은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섰다.

[도쿄올림픽] 종목소개 (16) 복싱
대한복싱협회는 지난해 12월 최종 선발전을 열고 김인규(충주시청·52㎏), 함상명(성남시청·57㎏), 이종승(서울시청·63㎏급), 임현철(대전광역시체육회·69㎏급), 김진재(수원시청·75㎏급), 홍인기(대전광역시체육회·81㎏급), 김형규(울산광역시청·91㎏급), 송화평(청양군청·91㎏ 이상급) 등 남자부 체급별 8명을 국가대표로 뽑았다.

5체급으로 늘어난 여자부에서는 정주형(대성권투체육관·51㎏급), 임애지(한국체대·57㎏급), 오연지(울산광역시청·60㎏), 최수연(충주시청·69㎏급), 성수연(원주시청·75㎏급)이 최종 선발전을 통과했다.

4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복싱의 유일한 출전 선수였던 함상명은 2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도전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오연지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1970∼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복싱의 인기는 이제 먼 얘기가 됐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복싱을 둘러싼 온갖 편견 속에서도 지금도 자신의 주먹 하나만을 믿고 꿈을 키워가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여전히 있다.

복싱인들은 이제 더는 물러설 데가 없는 한국 복싱이 중국 우한과 더 나아가 도쿄에서 기적을 일으키길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