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안재현 마지막 패배로 동반 출전 꿈 좌절
탁구 태극마크 따고도 고개 떨군 안재현 "절친 민하야, 미안해"

남자 탁구의 기대주 안재현(21·삼성생명)은 길었던 슬럼프를 뒤로하고 태극마크를 따냈지만 웃지 못했다.

안재현은 14일 충북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끝난 2020 부산 세계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에 올라 대표로 뽑혔다.

12명이 풀리그를 펼쳐 상위 2명이 태극마크를 획득하는 이번 선발전에서 안재현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9승 1패로 선두에 올라 있었다.

나란히 9승 2패로 리그를 마친 황민하(미래에셋대우)와 박강현(삼성생명), 그리고 9승 1패였던 임종훈(KGC인삼공사)이 2위 그룹을 형성했다.

마지막 안재현과 임종훈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순위표가 요동치는 상황이었다.

안재현이 승리한다면 그가 1위를 유지하고, 황민하가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안재현은 "민하는 어릴 적부터 오래 함께 탁구를 해온, 둘도 없는 친구여서 마지막 경기에서 꼭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친구와 나란히 손잡고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꿈은 사치였던 것일까.

탁구 태극마크 따고도 고개 떨군 안재현 "절친 민하야, 미안해"

이전까지 임종훈에게 3연승을 기록 중이던 안재현은 첫 세트부터 내주더니 결국 1-3으로 졌다.

안재현의 표정엔 선발전을 통과했다는 기쁨은커녕, 친구를 향한 미안한 마음만 묻어났다.

안재현은 "차라리 나도 같이 떨어졌으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다"며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대표 선발은 그간 긴 슬럼프를 지나온 안재현에게 값진 성과다.

안재현은 지난해 4월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헝가리 세계선수권에서 상위 랭커들을 연파한 끝에 남자단식 동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좀처럼 입상하지 못하며 부진했다.

그를 향한 팬들의 관심도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안재현은 "세계선수권 이후 그때만큼 기량이 안 나온다는 생각에 금방 실망하고 무너지고 말았다"면서 "마음을 못 잡고 임하다 보니 쉽게 포기하는 경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방황은 길지 않았다.

슬럼프를 탈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훈련이었다.

안재현은 연말·연초에도 곁눈질 없이 체육관에서 땀만 흘렸고, 다시 쏟은 노력은 대표 선발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탁구 태극마크 따고도 고개 떨군 안재현 "절친 민하야, 미안해"

안재현은 임종훈과 이미 태극마크를 예약해둔 상위 랭커 정영식(국군체육부대), 장우진(미래에셋대우), 이상수(삼성생명) 등 4명의 선배와 함께 세계선수권에 나선다.

안방에서 중국을 꺾고 시상대 제일 위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부를 하려면 전교 1등, 탁구를 하려면 '최강' 중국 격파를 목표로 세워야 뭐라도 되지 않겠느냐는 게 안재현의 지론이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형들'과 함께라면 못해낼 게 없다고 대표팀 막내 안재현은 믿는다.

안재현은 "영식이 형의 세계적인 '돌려치기', 상수 형의 짧은 볼 플레이, 우진이 형의 과감한 피니시를 배울 생각에 벅차다"면서 "형들과 함께 더 성장해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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