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에 허리띠 졸라매기?
'大魚급'도 메인스폰서 못구해
최혜진 빼고 대형계약 '무소식'
가성비 노린 '소액 베팅' 뚜렷
박현경·김민선 한토신에 둥지
골프 스폰서 계약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박’ 계약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줄을 잇던 예년 이맘때와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이번 겨울 ‘대어급’으로 여겨지는 선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고진영(25)과 전인지(26),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혜진(21) 정도다. 이들 중 계약 소식이 알려진 것은 최혜진이 유일하다. 그는 데뷔 때부터 함께한 롯데와 새해에도 동행하기로 했다.
고진영

고진영

가성비 중심 소액 베팅 대세

고진영과 전인지가 이른바 ‘민모자’를 쓰고 내년 투어에 뛸 가능성은 작다. 후원 조건을 놓고 ‘밀당’이 길어지고 있을 뿐, 협상 타결 시점이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핫식스’ 이정은(24)의 계약 때 중견기업들이 영입 경쟁에 가세한 2년 전과 비교해 시장 분위기가 상당히 위축됐다는 게 골프업계의 중론이다. 고진영은 글로벌 금융권 기업, 국내 대기업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전인지는 KB금융그룹과 계약 연장을 논의 중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전인지 프로와 긍정적으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올해 국내외 경제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한 스폰서 관계자는 “골프선수 후원은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보고 하는 투자”라며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예산이 깎이는 것이 골프단 등 스포츠 부문”이라고 털어놨다.
전인지

전인지

한정된 예산으로 골프단을 운영하려다 보니 골프단 관리자들도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효과)’에 더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검증된 선수보다 잠재력을 보고 ‘소액 베팅’에 집중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동부건설은 KLPGA투어 3승의 장수연(26)과 신인 구래현(20)을 영입했다. 새로 창단한 한국토지신탁은 출범과 함께 가능성을 지닌 선수들로 골프단을 꾸렸다. 박현경(20), 김민선(25), 황예나(27), 전우리(23) 등이 2020시즌부터 한국토지신탁 로고를 달고 뛴다.

우여곡절 끝에 부활을 노리는 ‘왕년의 스타’를 채가려는 기업도 있다. 이정은에게 3년 24억원 계약을 안긴 대방건설은 LPGA투어 베테랑 최나연(33)을 영입했다. SK네트웍스는 KLPGA 2부투어에서 재기를 노리는 백규정(25)과 새해에도 함께할 계획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몸값 조정기와 부진 터널을 어느 정도 거친 선수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도 한정된 예산과 관련한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최혜진

최혜진

홍보 효과 쏠쏠…서브 스폰 계약은 후끈

돈이 많이 드는 ‘메인 스폰서’ 계약보다 ‘서브 스폰서’ 자리를 노리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자 한가운데만큼은 아니지만 메인 스폰서의 5분의 1 금액만 쓰고도 쏠쏠한 브랜드 노출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서브 스폰서들은 주로 옷깃이나 등, 팔 등에 브랜드 로고를 붙일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 자산관리 브랜드인 신한PWM은 이정은과 김자영(29)의 옷깃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이정은과 계약한 신한PWM은 올해 발빠르게 움직여 이정은과 2년 연속 같이 가기로 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신인상을 차지한 임성재(22)의 오른쪽 옷깃과 왼쪽 소매를 가져갔다. 임성재가 서브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우리금융그룹이 처음이다. 우리금융그룹이 남자 프로골퍼를 후원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임성재가 글로벌 금융을 선도하는 기업 비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판단해 후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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