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 '기회의 창' 될 수도"
"북한, 핵·경제 '조건부' 병진노선…전략적 인내하는 듯"
북한이 지난해 연말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계기로 '조건부'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0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개최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본 한반도 정세 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구 교수는 "북한이 2018년 4월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전략노선을 설정했지만,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미협상이 교착에 빠지자 조건부 병진노선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경제 딜레마를 자력갱생으로 극복하고 핵 억제력을 강화하되, 북미협상의 종언은 선포하지 않고 유예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선포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 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이다.

구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수는 없다"는 발언에도 주목했다.

그는 "이를 거꾸로 읽으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대외적 환경이 마련될 때를 기다리며 인내하겠다는 것"이라며 "제재가 해제되면 자력갱생의 길을 갈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도쿄 하계올림픽을 적극 활용하자는 제언도 했다.

구 교수는 "일각에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예정된 3월을 전후로 북한이 도발할 수 있다는 '3월 위기설'을 제기하는데, 위기설을 말하다 보면 실제로 위기가 올 가능성이 커진다.

위기를 예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일본발 평화과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한일갈등 속에서 어떻게 한국이 일본으로 하여금 동북아 평화 과정에서 역할을 하게 하느냐일 것"이라며 "도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