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승부수 띄운 골프마케팅 '미다스의 손'

"계약서에 최종 사인만 남아"
15년 써온 SK모자 벗는 최나연
새 둥지에서 부활의 날개 펼까
대방건설, 왕년 골프퀸 최나연 영입…'족집게 선구안' 이번에도 성공할까

대방건설이 다시 깜짝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엔 최나연(32·사진)이다. 4년째 우승 소식이 없어 “은퇴가 임박했다”던 왕년의 스타플레이어를 전격 영입했다. 대방건설은 ‘의외’와 ‘파격’ 승부수로 골프 마케팅에서 잇단 대박을 터뜨린 중견 건설업체다. 최나연 카드가 또다시 ‘대박’ 신화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나연 측은 27일 “대방건설 측과 계약하기로 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대방건설 관계자도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앞두고 있다”며 이를 확인했다.

대방의 ‘선구안’ 이번에도 통할까

최나연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9승을 올린 ‘레전드’급 스타 골퍼다. 출전 대회마다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닐 만큼 인기도 높았다. 하지만 부상과 입스(yips)에 발목이 잡히면서 부진 터널에 오래 갇혔다. 대방건설은 ‘잊혀진 스타’로 주저앉아 있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양측 모두 규모에 대해 함구했으나 계약 기간 2년에 총 계약금은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와 최근 성적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대우다. 업계에선 “계약 기간은 형식상일 뿐 은퇴할 때까지 선수 생활에 집중하도록 밀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방건설 측은 “최나연 프로가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후원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계약이 확정되면 최나연은 2005년 프로 데뷔 후 15년간 써온 ‘SK’ 모자를 벗는다.

대방건설, 왕년 골프퀸 최나연 영입…'족집게 선구안' 이번에도 성공할까

골프계에선 ‘대방식 파격’이라는 평과 ‘뜻밖의 조합’이라는 평이 섞여 나온다. 대방건설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내수 중심 건설사다. 그런데도 연이은 ‘글로벌’ 행보다. ‘핫식스’ 이정은(23), 호주동포 오수현(23), ‘주부 골퍼’ 허미정(30)에 이어 최나연까지 LPGA투어 후원 선수만 4명째다.

부활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든 ‘노장’을 영입했다는 것도 뜻밖이다. 최나연은 한때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하지만 최근 우승이 2015년 6월 월마트NW알칸소챔피언십이었을 정도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대방건설 얘기는 다르다. 회사 측은 “최 프로는 대방건설과 함께 다시 정상에 설 수 있는 프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베팅은 구교운 대방그룹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현재 아들인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에게 대부분의 회사 운영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선수 선발은 직접 관여할 정도로 골프단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최나연 영입에도 구 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방건설 측에 따르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극복력’, ‘잠재력’, 끝까지 함께하는 ‘의리’가 선수 선발 기준이다. 다소 ‘낡은 이미지’로 들리지만 결실은 놀랄 만하다. 대방건설은 2019시즌 이정은과 허미정이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총 3승을 합작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B급 챔피언’으로 평가되던 허미정은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연출했고, 무명에 가깝던 오수현은 후원 계약 이후 우승 경쟁에 가세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우승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 선수 선발 방침”이라고 했다.

골프 마케팅 후 도급 순위 껑충

회사는 국내 투어 선수들까지 포함해 최소 7명의 골프선수단을 꾸릴 계획이다. 대방건설 측은 “골프 선수 후원이 어떤 홍보 효과를 얻을지 산술적으로 평가한 적은 없다. 경제적인 효과보다는 선수 육성에 목적을 뒀다”고 말했다. 시너지는 분명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찾은 고객들이 이정은 프로 이야기를 먼저 꺼낼 정도로 (소속 선수들이) 대방건설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골프단 출범(2014년) 이전 60위권대였던 대방건설의 도급 순위는 올해 34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주 금액은 약 네 배로 뛰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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