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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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바둑'의 허점을 노출시킨 이세돌 9단(36)의 78수는 또 다른 '신의 한 수'였을까.

19일 열린 그의 은퇴기념 대국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vs한돌(NHN 인공지능 바둑)' 두 번째 판 안팎에서도 이에대한 관심이 여전했다. 이 9단은 전날 열린 3번기 첫 대국 승리 확정 직후 "평범한 수였다"며 한돌의 실수를 암시했다. 그러나 정작 바둑계의 평가는 '신의 한 수'에 가깝게 수렴하는 분위기다.

바둑 국가대표 코치 조인선 4단은 "(이세돌의 말 대로) 모두가 알았던 수가 아니었다"며 "함께 관전하던 국가대표 선수들도 처음에는 실수였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AI 바둑 프로그램 릴라제로와 중국 AI 프로그램 등을 동시에 실행 시켰는데 최선의 수로 78수를 지목한 AI는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조인선은 "78수 자체보단 78수까지 가는 과정을 여러 사범들이 높게 샀다"며 "이세돌 사범이 2, 3국을 의식해 겸손한 발언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를 지켜본 국내 바둑랭킹 2위 신진서 9단 역시 78수를 두고 '훌륭한 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둑 여제' 최정 9단 역시 "버그 여부를 떠나 주변 사범들 모두 좋은 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세돌의 은퇴전 상대로 낙점된 한돌은 지난 1월 박정환 9단과 신진서 등 국내 톱5 바둑 기사들을 상대로 전승을 거두며 실력을 검증 받은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당시 전승을 거둔 한돌의 버전은 2.0이었다. 이후 개발을 거쳐 버전 3.0으로 출전한 지난 8월 '2019 중신증권배 세계인공지능바둑대회'에선 3위를 기록했다. NHN측은 "이번 대결에 출전한 한돌의 버전은 지난 8월보다 더 성장한 3.1버전"이라며 "1년 넘게 학습한 호선(맞바둑)과 달리 접바둑에 대한 준비 기간이 두 달이 채 안될 정도로 짧았던 것이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