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KS 4차전, SK 왕조 만든 김광현…빅리그 입단 축하"
"첫 스프링캠프에서 '계획표' 만들어온 특별한 신인"
'은사' 김성근 "SK 왕조 만든 김광현, MLB에서도 날아올라라"
"SK 왕조를 만든 선수니까,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음껏 날아올라야지."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은사 김성근(77) 소프트뱅크 호크스 1군 코치고문은 제자의 메이저리그 계약에 감격했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입단 기자회견을 한 18일(한국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말 기쁘다. 김광현은 20대 초반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던지고 싶다'는 큰 꿈을 키운 선수다. 그 꿈이 꼭 이뤄지길 바랐는데, 좋은 소식이 들려와 나도 기쁘다"며 "세인트루이스의 상징이 홍관조다. SK는 비룡이었다. SK 왕조를 만든 투수가, 빅리그에서도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바랐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2007년부터 2011년 8월까지 SK 와이번스를 지휘했다.

김광현은 2007년 SK에 입단해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로 성장했다.

김광현은 애초 가족과 함께 16일 은사 김성근 코치고문과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와의 협상이 가속하면서 그날, 미국으로 건너갔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더 뜻깊은 일이 생겼으니, 더 기쁘다"고 웃었다.
'은사' 김성근 "SK 왕조 만든 김광현, MLB에서도 날아올라라"
제자가 꿈을 이룬 날, 김성근 코치고문은 김광현과의 첫 만남과 성장기를 떠올렸다.

2007년 1월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김광현은 코치진에 자신이 짠 훈련 일정표를 내밀었다.

당시 SK 사령탑이던 김성근 코치고문은 "19살짜리 신인이 '1월까지는 공을 던지지 않겠다'라며 자신의 훈련 일정표를 짜더라. 특별했다"며 "코치들에게 '김광현이 원하는 대로 훈련하게 두라'고 말했다. 이후 김광현은 자신이 큰 계획을 짜고,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듣고 부분 수정 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였다. 그때도, 지금도 기특하다"고 말했다.

2007년 10월 26일, 김광현은 변곡점을 만들었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SK 왕조가 시작된 날"이라고 표현했다.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SK는 1, 2차전을 내주고 3차전을 잡았다.

김성근 당시 SK 감독은 4차전에서 신인 김광현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다.

김광현은 2007년 정규시즌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로 부진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7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9탈삼진의 호투를 펼쳤다.

김광현이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완승하면서, SK는 4차전을 4-0 승리로 장식했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했다.

SK, 김성근 감독, 김광현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이었다.

4차전이 끝난 뒤 김성근 당시 SK 감독은 "한국 야구에 대투수가 탄생했다"고 했다.

실제로 김광현은 이후 한국 야구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다.
'은사' 김성근 "SK 왕조 만든 김광현, MLB에서도 날아올라라"
김광현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11년부터 성적이 떨어졌고, 2014년 12월에는 미국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2017년 1월 왼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회복했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김광현이 정신적으로 성숙했다. 마운드 위에서도 한결 노련해졌다"며 "그리고 내가 아는 광현이는 '입단'에 만족할 선수가 아니다. 더 노력할 선수라는 걸 아니까, 구체적인 조언은 할 필요가 없다"고 제자를 응원했다.

한국에서 'SK 왕조'를 이룬 사제 김성근 코치고문과 김광현은 2020년, 각각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뛴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광현이와 나, 모두 '한국 야구인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2020년을 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