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동호회나 특정 단체에서 주최한 아마추어 골프 대회가 열린다고 가정하자. 자주 라운드하는 친한 사이라면 몰라도 이런 경우에는 각자가 ‘주장하는’ 핸디캡을 증명할 방법이 딱히 없다. 이럴 때 유용한 게 당일 골프 성적을 기반으로 즉석 핸디캡을 산정하는 ‘신(新)페리오 계산법’이다. 미국에선 이를 ‘피오리아(peoria scoring system)’라고 부르는데, 일본을 거쳐 한국에 도입되면서 언제부터인가 페리오라는 다소 ‘희한한’ 이름이 됐다는 게 골프계의 추정이다. 피오리아의 어원 역시 정확한 역사적 기록이 없다.

"하수가 고수 이길 기회 주자" 취지…당일 성적으로 핸디캡 즉석 산출
한 전문가는 “정치적 중립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도시 이름인데, 투표 결과를 샘플링할 때 자주 표본으로 삼은 것에서 핸디캡 샘플링에 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페리오와 신페리오는 모두 ‘한국식’으로 발음하기 쉽게 재탄생한 셈이다.

신페리오 방식은 주최 측에서 18개 홀 중 전·후반 6개씩 총 12개 홀을 임의로 지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다만 참가자들은 어느 홀이 지정됐는지 몰라야 한다. 또 지정된 홀의 파 합은 48이 돼야 한다. 예컨대 파3 1개, 파4 10개, 파5 1개를 지정하는 식이다. 참가자들이 경기를 마친 후에는 12개 지정 홀의 타수 합에 1.5를 곱한 뒤 기준 타수(72)를 빼고 다시 0.8을 곱하면 신페리오 핸디캡이 나온다. 0.8을 곱하는 이유는 평소 실력과는 다른 ‘실수’가 그날 성적에 20% 정도는 들어 있을 것이란 추정에서다. 이렇게 계산한 핸디캡을 18홀 실제 타수 합계에서 뺀 게 신페리오 타수다.

예를 들어보자. 스트로크 방식으로는 당일 84타를 친 한 참가자 A의 12개 지정홀 타수 합이 59타라고 가정하자. 계산식[{(59×1.5)-72}×0.8]을 적용하면 신페리오 핸디캡은 13.2가 된다. 실제 친 타수(84)에서 핸디캡(13.2)을 빼면 신페리오 타수(70.8)가 된다.

당일 타수가 84로 같지만 12개 지정홀 타수 합은 54타로 A보다 더 잘 친 B가 있다고 치자. B의 신페리오 핸디캡은 계산법([{(54×1.5)-72}×0.8])에 따라 7.2가 되고, 신페리오 타수(84-7.2)는 76.8이 된다. 스트로크 타수는 같지만 신페리오 타수는 앞선 참가자보다 6타 높게 계산된다.

한 골프 프로는 “지정된 홀에서 못 치고, 나머지 6개 홀에서 잘 칠수록 우승 확률이 올라간다”며 “신페리오로 계산한 핸디캡을 실제 타수에서 빼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페리오 계산법은 페리오 계산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출발했다. 페리오 계산법은 지정홀 파의 합이 48이 아니라 24가 되도록 전·후반 3개씩 홀을 임의로 선정하는 게 다르다. 총 6개 지정홀 타수 합계에 3을 곱한 뒤 신페리오 방식처럼 기준 타수를 빼고 0.8을 곱해 산출한다. 표본이 두 배나 많은 신페리오 계산법이 통계적으로 페리오보다 한층 더 공정하고 형평성 높은 핸디캡 계산법이라는 평가다. 그래서 신페리오를 ‘더블 페리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페리오 방식보다 좀 더 골퍼의 잠재력에 주목한 ‘캘러웨이 핸디캡’도 있다. 그날 성적에 따라 가장 못 친 홀을 하수부터 고수까지 성적 등급에 따라 0.5개 홀에서 최대 6개 홀 스코어까지 아예 계산식에 산입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필 그날 나온 엄청난 실수만큼은 성적에서 빼줘야 실제 실력에 가깝게 핸디캡이 산출된다는 취지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