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고진영, LPGA 장타 시대에 마침표 찍나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여왕은 고진영(25)이다.

고진영은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그리고 평균 타수 1위 등을 석권해 LPGA투어 일인자로 우뚝 섰다.

고진영의 LPGA투어 석권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장타자 패권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사실이다.

LPGA투어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장타자들의 무대였다.

투어에서 손꼽는 장타자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박성현(26)이 지난 3년 동안 상금왕을 주고받았다.

2016년은 쭈타누깐, 2017년은 박성현, 그리고 작년에는 다시 쭈타누깐이 일인자였다.

박성현과 쭈타누깐뿐 아니라 렉시 톰프슨(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 등 작년까지는 상금랭킹 상위에 장타자가 즐비했다.

장타자 아니면 우승하기 힘들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닮아간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유소연(28)이 버텼지만 대세는 장타 전성시대였다.

고진영은 이런 흐름을 돌려놨다.

잘 알려졌듯이 고진영은 결코 장타자가 아니다.

올해 LPGA투어 장타 순위에서 고진영은 76위(평균 258.08야드)였다.

국내에서 활동할 때도 고진영의 무기는 장타가 아니었다.

고진영은 리스크를 피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러프, 해저드, 벙커 등 다음 샷을 하기 어려운 곳으로 공을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그는 올해 페어웨이 안착률 9위(80.94%)에 올랐다.

그린 적중률 1위(79.56%)는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에서 비롯됐다.

그린 플레이도 고진영의 필살기였다.

고진영은 라운드당 퍼트 순위는 49위(평균 29.81개)로 평범하지만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는 5위(평균 1.75개)다.

정교한 샷과 짠물 퍼트가 고진영을 일인자로 밀어 올린 원동력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LPGA투어에서는 압도적인 비거리의 장타자와 장타보다는 정교한 샷과 고감도 퍼트, 그리고 영리한 코스 매니지먼트로 무장한 교타자가 일정 기간을 두고 패권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3년 동안 이어진 장타자 쭈타누깐과 박성현 시대 이전은 박인비(31)와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패권을 잡았다.

2015년까지 LPGA투어를 지배한 박인비와 리디아 고의 경기 스타일은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닮았다.

둘은 LPGA투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교타자들이다.

박인비 이전에는 쩡야니(대만)가 화끈한 장타를 휘두르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쩡야니의 전성기는 정교한 샷과 컴퓨터 퍼트로 무장한 교타자 신지애(31)의 일인자 시절이 끝난 뒤에 찾아왔다.

신지애에 앞서 LPGA투어를 석권한 여왕은 공교롭게도 장타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였다.

장타자와 교타자 여왕이 번갈아 왕좌에 오른 꼴이다.

이 때문에 내년 LPGA 투어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교타자 고진영의 전성시대가 계속될지, 장타 시대가 다시 한번 찾아올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LPGA투어 상금랭킹 20위 이내에는 단 4명만 장타 순위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장타자였다.

상금랭킹에서 4위 헨더슨(장타 순위 10위), 6위 톰프슨(장타 5위), 7위 박성현(장타 6위), 그리고 상금 15위인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는 장타 순위 9위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