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많이 앞바람이네.”

이소영(22)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캐디에게 말했다. 17일 전남 장흥 JNJ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LF헤지스포인트왕중왕전(총상금 1억7000만원)에 출전한 이소영의 입가에는 하루 종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마이크를 채웠다. 선수들과 캐디의 대화는 전파를 타고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선수들도 싫지 않은 반응이다. 한 선수는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해 시청자들을 웃겼다. 이소영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공이 그린 위에서 예상보다 많이 라인을 따라 꺾이면 “왜 이렇게 꺾여”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캐디와 서로 “자신 있게만 치자”고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소영이 17일 전남 장흥 JNJ골프리조트에서 열린 LF헤지스포인트왕중왕전 2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이벤트대회지만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준우승만 세 번 했던 이소영에겐 값진 결과였다. 그가 우승을 상징하는 ‘숫자 1’ 모양의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리엔에스스포츠 제공
이소영이 17일 전남 장흥 JNJ골프리조트에서 열린 LF헤지스포인트왕중왕전 2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이벤트대회지만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준우승만 세 번 했던 이소영에겐 값진 결과였다. 그가 우승을 상징하는 ‘숫자 1’ 모양의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리엔에스스포츠 제공
웃음 속 ‘혈투’…이소영, 무관 설움 훌훌

이벤트대회였지만 경기는 치열했다. 경기 막판까지 알 수 없는 승부가 펼쳐졌고 결국 우승은 후반에 버디쇼를 한 이소영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날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를 쳤다.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비록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올 시즌 무관의 설움을 털어내기엔 충분했다. 이소영은 올 시즌 효성챔피언십과 기아자동차한국여자오픈, 맥콜용평리조트여자오픈에서 세 차례 준우승했다. 3승을 올리며 펄펄 난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쉬운 결과다. 이소영은 “우승을 언제 하나 했는데 비록 이벤트대회지만 시즌 마지막 대회인 이곳에서 우승하게 돼 기쁘다”며 “자신감을 많이 얻고 한 시즌을 마무리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시즌 성적에 따라 각자 다른 출발 타수를 안고 시작했다. 이 대회 출전자 10명 중 6위였던 그는 1언더파를 안고 시작했다. 1라운드에서 6타를 줄였고 중간합계 7언더파 단독 선두에서 이날 경기를 맞이했다.

전반에는 타수를 좀체 줄이지 못했다. 후반 공격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대거 타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11번홀(파4)에서 약 4m 버디로 시동을 걸었고 14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 18번홀에선 두 번째 샷 이후 클럽을 놨지만 공은 홀 바로 옆에 떨어졌다. 이를 버디로 손쉽게 연결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조정민·박채윤 공동 준우승

참가자 중 1위로 3언더파를 안고 시작한 박채윤(25)과 이븐파로 시작한 조정민(25)이 최종합계 8언더파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조정민은 경기 막판 16번홀(파4)과 17번홀(파5)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으며 이소영을 1타 차까지 추격했으나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박채윤도 1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1타 차 2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이소영이 틈을 내주지 않으면서 둘 다 준우승에 그쳤다.

한때 단독 선두까지 치고 나갔던 김아림(24)은 12번홀(파3) 더블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이탈했다. 티샷이 밀려 해저드에 빠졌고 어프로치까지 짧아 긴 보기 퍼트를 남겼다. 더블보기를 피하지 못한 그는 타수를 만회하지 못한 채 최종합계 5언더파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신인왕’ 조아연(19)은 2언더파 8위, ‘괴물 루키’ 임희정(19)은 이븐파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