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스윙’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최호성 프로(46) 잘 아시죠. 얼마 전 일본투어에서 다시 우승하며 왼발을 축 삼아 빙그르르 도는 특유의 스윙 폼이 갈수록 ‘핫’해지는 느낌입니다. 연습장 아르바이트하던 스물다섯에 골프를 독학으로 시작했다고 하니, 얼마만큼의 땀과 눈물이 필요했을까요. 일본에서만 이 스윙으로 통산 3승을 올렸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더 궁금해지는 분입니다. 만만치 않은 나이임에도 거리와 정확도를 모두 잡는 균형과 타이밍, 이상적인 스윙궤도가 다 들어 있어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인 저도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면 반력 이용해야 장타…오른 발바닥에 힘 주고 웅크렸다 점프"
자신의 신체 능력 최대치 활용

멋있는 폼은 아니지만,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는 점에서 ‘경이롭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골프 원리에 충실하다는 겁니다.

첫 번째가 체중 이동입니다. 백스윙 때 왼발 뒤꿈치를 살짝 지면에서 뗐다가 다운스윙 때 내딛는 ‘스텝’동작인데요, 완벽한 체중 이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체중 이동을 하라고 하면 아마추어들은 좌우로 몸통이나 엉덩이를 출렁이는 ‘스웨이’를 많이 합니다. 반대로 스웨이를 하지 말라고 하면 임팩트 이후에도 오른발에 체중이 남아 왼발이 들리는 경우가 흔하죠. 몸이 뒤로 물러선 겁니다(골프는 항상 전진하는 게임이에요). 하체 힘이 상체로 전달되는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죠. 최호성 프로의 ‘빙그르르 도는’ 동작은 그래서 놀랍습니다. 스윙 스피드를 높여주는 ‘왼발 스윙축’이 잘 만들어졌으니, 체중이 뒤(오른발)에 남을 수가 없거든요. 회전력을 끝까지 뽑아내는 일종의 증폭 장치라는 얘깁니다.

백스윙, 다운스윙 때 동작도 주목할 만합니다. 우선 백스윙 때 머리가 어드레스 때보다 약간 내려가는 ‘웅크리기’가 포착될 겁니다. 개구리가 뛰어오르기 전 몸을 잔뜩 웅크리는 준비 동작과 비슷합니다. 왼발을 디디며 다운스윙할 땐 약간 주저앉는 듯한 동작이 보일 겁니다. 점프하기 전 마지막 준비 동작이죠. 힘을 쌓아주는 이 동작들은 임팩트 직전 튀어 오르는 힘의 폭발 단계인 점프로 연결됩니다. 이때 오른발로 지면을 박차면서 빙그르르 도는 낚시스윙이 만들어지는 거죠. 최호성 프로는 이 스윙으로 280~300야드를 필요에 따라 만들어 냅니다. 박차는 방식과 강도는 다르지만 ‘점프 스윙’의 대가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이때 허벅지, 종아리, 발목, 발가락 힘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다 따라 할 수는 없겠죠. 그렇다면 저는 오른발 엄지발가락에라도 힘을 줄 것을 권하고 싶어요. 주의해야 할 것은 너무 빨리 점프하는 겁니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아무리 단련된 하체라도 상체와 따로 놀아 힘을 잘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헤드 들고 볼 뒤 20㎝에서 시작

주말 골퍼들은 이런 메커니즘과 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백스윙 때 몸통과 머리가 들리고, 다운스윙 땐 몸이 공쪽으로 덤비면서 내려오는 형태인데, 이렇게 잘 치는 골퍼들도 꽤 있긴 합니다. 하지만 하체가 회전하는 동시에 튕겨 오르는 두 가지 힘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래 낼 수 있는’ 비거리를 놓친다는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깎아 친 슬라이스, 엎어 친 스카이샷(일명 뽕샷)이 나오는 경우가 더 흔하답니다.

이상적인 탄도와 적은 스핀양은 같은 스윙 스피드로도 더 많은 거리를 내는 요소입니다. 12~14도 정도를 좋은 발사각이라고 하는데, 최호성 프로처럼 지면에서 클럽 헤드를 살짝 떼고 공 뒤 20㎝쯤 뒤에서부터 백스윙을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헤드가 공 뒤에서 최저점을 찍은 뒤 하늘로 올라가면서 공을 때리는 ‘상향 타격’이 쉬워지죠. 스핀양이 확 줄어들고 공기 저항을 덜 받으니 비거리가 늘어납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 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