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투수의 공에도 몸으로 반응…앞으로가 더 기대돼"
'캐넌히터' 김재현 코치도 놀란 이정후의 '폭풍 성장'
한국 야구대표팀의 김재현(44) 타격 코치는 이정후(21)의 성장을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에서 대한민국의 3번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타율 0.444(9타수 4안타)로 김현수와 더불어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2루타를 3방이나 쳐 장타력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이정후는 11일부터 일본 지바 조조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에서도 여세를 몰아 한국 대표팀의 득점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현 코치도 이정후처럼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뛰어들어 20대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하던 해인 1994년 홈런 21개와 도루 21개를 수확해 20-20클럽에 가입하고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캐넌히터'라는 애칭처럼 화끈한 장타력과 빠른 발을 선사해 트윈스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10년을 끝으로 프로에서 은퇴 후 방송에서 친근한 해설로 주가를 높인 김 코치는 현역 때 경험과 해설위원으로 키운 객관적 시각을 보태 대표팀에서 후배들의 타격을 지도한다.

'캐넌히터' 김재현 코치도 놀란 이정후의 '폭풍 성장'
김 코치는 김경문 대표팀 감독과 상의해 이정후를 3번에 앉혀 국제용 선수의 길을 터준 주역이기도 하다.

김 코치가 타순을 짜면 김 감독이 선수 몇 명의 순서만 조정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피드백을 준다.

김 감독이 김 코치의 재량을 인정하는 셈이다.

9일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김포공항에서 만난 김재현 코치는 이정후의 '동물적인 감각'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 코치는 "잘 모르는 상대 팀 투수의 공에 몸으로 반응한다"며 "지금도 잘 치고 있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전력 분석에만 의존하지 않고 타고난 타자의 공격 본능으로 타격에 임한다는 평가다.

국내 프로야구와 비교해 스트라이크 존도 다르고, 전력 분석의 깊이도 얕을 수밖에 없는 국제대회에서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볼에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릴 줄 아는 공격 본능은 큰 값어치를 지닌다.

누가 가르친다고 이런 자질이 느는 것도 아니다.

한 시대를 휘저은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2군 총괄 코치의 유전자를 이어받고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 이정후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김 코치는 "예전에 내가 뛰던 때엔 투수들의 컨트롤이 지금보단 정교했지만, 볼은 빠르지 않았다"며 "지금은 투수들의 구속이 훨씬 빨라진 시대라 이정후의 타격 내용은 더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