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통제 투혼’으로 트로피 번쩍 >  장하나가 27일 부산 기장군 LPGA인터내셔널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진통제 투혼’으로 트로피 번쩍 > 장하나가 27일 부산 기장군 LPGA인터내셔널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하나(27·비씨카드)가 또 한 번 3억원 이상의 우승상금이 걸린 ‘특급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27일 부산 기장군 LPGA인터내셔널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을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장식했다.

장하나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기록하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으며 7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내며 동타를 기록한 ‘14년 지기’ 재미동포 대니엘 강(강효림·27)과 연장에 들어갔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두 번째 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10번홀(파4)에서 진행한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대니엘 강을 누르고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혜진 제치고 상금 1위로 수직 상승

장하나는 이달 초 처음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 이어 또 한 번 ‘초대 챔프’ 자리를 꿰찼다.

이번 우승은 장하나의 KLPGA투어 통산 12번째 우승이자 LPGA투어 다섯 번째 우승이다. 장하나의 최근 LPGA투어 대회 우승은 2017년 2월 열린 ISPS한다호주여자오픈에서 나왔다. 그는 같은 해 LPGA투어 카드를 반납했다.

그는 앞서 여자골프 역대 최고 우승상금이 걸려 있던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에서도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우승상금 3억7500만원을 챙겼다. 이번 대회에 걸린 30만달러(약 3억5235만원)까지 거머쥐었다. 2개 대회 우승상금만 7억2735만원에 달한다. 시즌 누적상금 11억4572만원을 기록한 장하나는 4승을 거둔 최혜진(20)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상금 1위로 올라섰다.

짜릿한 역전 우승이었다. 지난 두 달간 발목 부상으로 고생한 장하나는 염증 치료제와 진통제를 먹어가며 경기했다. 그는 1번홀과 2번홀(이상 파4)에서 버디와 보기를 맞바꾸며 숨을 고른 뒤부터 매섭게 몰아쳤다. 3~7m 거리의 중거리 퍼트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9번홀(파5)까지 두 타를 줄인 뒤 11번홀(파5) 이글로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13번홀(파3)과 15번홀(파5) 징검다리 버디 후 17번홀(파4)에서 버디로 대니엘 강과 동타를 이뤄 승부를 기어코 연장으로 끌고 갔다.

장하나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약 3m 거리의 내리막 파 퍼트를 남겨놨다. 넣지 못하면 우승을 내주는 상황. 공은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승부는 연장 두 번째 홀로 넘어갔다. 여기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장하나는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송곳 아이언 샷으로 승기를 굳혔다. 두 번째 샷을 홀 약 1m 거리에 붙였다. 대니엘 강이 버디를 놓친 사이 장하나의 챔피언 퍼트가 들어갔고 대회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고진영, 올해의 선수상 확정

장하나의 우승으로 LPGA투어 한국인 우승은 14회로 늘었다. 2015년과 2017년 나온 최다승 기록(15승)에 1승만 남겨두게 됐다. LPGA투어는 시즌 종료까지 3개 대회가 더 남아 있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3)은 합계 10언더파 공동 9위로 마치며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확정했다. 앞서 2위 ‘핫식스’ 이정은(23)이 남은 대회를 모두 우승하면 뒤집을 수 있는 ‘산술적 역전 가능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정은이 이번 주 8언더파 공동 16위를 기록하면서 역전 가능성이 사라졌다. 고진영은 올 시즌 4승을 거두며 현재 평균타수(베어트로피)와 상금, CME글로브포인트 등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고진영은 “BMW 대회와는 늘 좋은 인연이 있어 좋아하는데, 이 대회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지어 기쁘다”고 말했다. 소감을 밝히면서 감정이 북받친 그는 “어릴 적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골프를)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며 “5~6승을 할 때까지도 빚은 없어지지 않았지만 그런 상황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