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퍼트? 홀 거리보다 30㎝ 길게 치세요"
“왜 수많은 프로가 공이 홀을 지나가게 치라고 하는지 아세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는 재미동포 케빈 나(36·나상욱·사진)가 최근 국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팬으로부터 ‘퍼트 잘하는 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되물었다. ‘밥주걱’이라 부르는 웨지로 그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 독보적인 쇼트게임 능력을 등에 업고 16년째 활약하고 있다. 요즘에는 퍼터까지 뜨거워서 4승 중 3승을 최근 16개월간 쓸어 담았다. 퍼팅 이득 타수(SG:putting)가 1.99타로 PGA투어 전체 2위다.

케빈 나는 “PGA투어 경기를 보면 공이 홀로 잘 향하다가 갑자기 입구에서 다른 방향으로 휘는 것을 자주 봤을 것”이라며 “선수와 캐디가 그린에서 가장 많이 발을 딛는 곳이 홀 주변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선수들의 발자국과 무게 때문에 홀 바로 주변의 높낮이가 고르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제주도의 한라산을 예로 들었다. “산봉우리가 높게 솟아 있고 그 주변은 지대가 낮잖아요. 선수들의 무게 때문에 홀 주변이 눌려 높이가 낮아져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홀 안은 한라산 백록담처럼 움푹 들어가 있지만 그 입구를 지나가기 위해선 공에 충분한 힘이 실려야 합니다. 턱을 넘어서지 못하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공이 흐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거리는 얼마나 될까. “수십만 번의 연습 끝에 알아낸 거리라 영업 비밀인데”라며 말끝을 흐린 그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공과 홀의 거리보다 1피트(30.48㎝) 더 길게 공을 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샷이더라고요. 그 이상으로 치면 공 속도가 너무 세서 홀을 맞고 나오는 경우도 생기죠. 1피트를 지나가게 친다는 생각으로 스트로크하면 충분히 힘이 실려 끝까지 본 라인대로 공이 타고 홀 안에 들어가요. 어느 거리에서든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퍼트든 긴 퍼트든 30㎝는 지나가게 친다고 생각하면 홀 앞에서 공이 갑자기 휘는 ‘어이없는 샷’을 경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