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목표 이뤄 기뻐…1부리그 그림 그리고 계획 짜겠다"
'7월까지 겨울정장'…감독 2년 차에 광주FC 승격 지휘한 박진섭(종합)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광주FC의 박진섭(42) 감독은 FC안양이 아니었더라면 올여름 내내 겨울 정장을 입고 벤치를 지켰을지 모른다.

박 감독이 겨울 정장을 벗은 것은 7월 20일 열린 안양과의 2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7로 대패하고 난 뒤다.

이날 패배로 광주는 개막 이후 이어온 무패행진을 19경기(13승 6무)로 마감했다.

이는 K리그2 최다 연속경기 무패 신기록이었다.

3월 개막전 승리 당시 박 감독은 팀이 질 때까지 같은 옷을 입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늘색 셔츠와 검은색 스웨터에 짙은 남색 정장을 걸친 차림으로 그라운드에 선 것이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까지 이어졌다.

경기가 끝나면 매주 월요일에 세탁소에 옷을 맡겼다가 경기 전인 금요일에 찾아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7월에도 겨울 정장을 입었던 박 감독은 "나는 여름에 유독 강하다.

아직 버틸 수 있다"며 "팀이 지지 않으면 계속 같은 옷을 입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승리를 위한 박 감독의 간절함은 결국 광주FC의 창단 첫 우승과 다이렉트 승격으로 결실을 봤다.

2017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2개 팀 중 최하위에 그쳐 이듬해 2부리그로 강등된 광주는 박 감독의 지휘 아래 3년 만에 1부리그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7월까지 겨울정장'…감독 2년 차에 광주FC 승격 지휘한 박진섭(종합)
광주는 2부 강등이 확정되고 나서인 2017년 12월 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박 감독은 프로팀 사령탑 데뷔 두 시즌 만에 리그 우승과 함께 승격을 이끈 지도자로 우뚝 섰다.

국가대표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했던 박 감독은 2012년 선수 은퇴 후 부산 아이파크의 18세 이하 팀(개성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프로팀인 부산과 포항 스틸러스에서 코치로 경험을 쌓았다.

그러고는 광주FC의 '소방수'로 프로팀 사령탑의 첫걸음을 뗐다.

광주는 2017시즌 중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남기일 전 감독이 물러나고, 배턴을 이어받은 김학범 전 감독마저 강등을 피하지 못하고 사퇴한 뒤 새 감독을 물색해왔다.

"젊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지도자, 리빌딩을 통해 새롭고 안정된 팀을 만들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찾는다"는 광주는 박 감독을 적임자라 판단했다.

광주는 박 감독과 보낸 첫해인 2018년에는 2부리그에서 5위를 차지했다.

우승팀 아산 무궁화가 승격 자격을 박탈당하는 바람에 광주도 승격의 불씨를 살렸지만, 4위 대전 시티즌과 벌인 준플레이오프에서 0-1로 져 시즌을 마감했다.

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는 동계훈련 내내 선수 개개인의 실력을 체크하고 면담, 개인 훈련 지도 등으로 전술을 맞춰나갔다.

또 박정수, 박선주, 이진형, 윌리안, 아슐마토프 등을 영입하며 선수층을 두껍게 했다.

'7월까지 겨울정장'…감독 2년 차에 광주FC 승격 지휘한 박진섭(종합)
박 감독의 지도 철학이 완전히 팀에 녹아든 올 시즌 광주에 K리그2 무대는 좁아 보였다.

광주는 K리그2 최다 연속 경기 무패 신기록을 세우고 홈 경기 무패(12승 5무)에 한 시즌 최다승 구단 기록 등을 갈아치우는 등 압도적인 레이스로 창단 첫 우승과 함께 1부 복귀를 확정지었다.

박 감독은 우승이 확정된 뒤 구단을 통해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뤄 너무 기쁘다.

모두 고생했는데 우승으로 보답을 받게 돼 보람차다"며 "이제 또 1부리그에서의 새로운 고민과 도전이 있겠지만, 지금은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남은 경기는 그동안 뒤에서 묵묵히 팀에 힘이 돼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조기 우승 확정으로 2∼3주가량 시간이 늘어났다.

1부리그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짜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