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친' K브러더스…코스 공략법 공유하며 톱10에 3명 올라
‘코리안 브러더스’들이 순위표 윗자리를 대거 점령했다. 세계 최고의 골프 무대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서다. 드문 일이다.

18일 제주 서귀포 클럽나인브릿지(파72·7241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더CJ컵(총상금 975만달러) 2라운드가 끝난 뒤 안병훈(28)이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를 적어내며 선두 저스틴 토머스(26·미국)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경훈(28)이 8언더파 공동 6위, ‘한국 골프 간판’ 김시우(24)가 7언더파 공동 9위에 오르면서 10위 내에 3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했다. 중위권인 공동 33위까지 범위를 넓히면 무려 8명의 한국 선수가 있다. 지난해 2라운드에서 톱10에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180도 달라진 결과다.

똘똘 뭉친 ‘K골프’

지난 2년간 PGA투어 선수들의 경기력에 감탄사만 내뱉어야 했던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를 앞두고 똘똘 뭉쳤다. 지난 2년간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면서 홀별 주의해야 할 점을 서로에게 귀띔했다는 후문이다.

6언더파를 적어내며 공동 12위에 오른 황중곤은 “이 대회가 세 번째로 열리다보니 한 번이라도 참가한 선수들은 시즌 중에 CJ컵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며 조언한다”며 “특히 대회에 참가했다가 올해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이 ‘이런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준다”고 전했다. 2언더파 공동 33위로 경기를 마친 이형준은 “한국 선수들은 서로가 경쟁자이면서도 서로 뭉치고 정보를 나누는 이상한 관계”라며 웃었다.

김시우는 “대회가 세 번째이며, 나를 포함해 3년 연속 출전한 선수들이 많다”며 “코스에 적응하다 보니 어려울 때는 피해갈 줄 알고 바람에 따라 치는 방법도 점점 더 터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잔디가 벤트 그래스인 만큼 샷이 조금만 빗맞아도 거리 손실이 크다”며 “도전적인 샷을 피하고 그린 주변에서도 안전한 플레이 위주로 경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안병훈은 “나 역시 해가 갈수록 적응하는 게 더 수월한 것 같다”며 “앞으로 가면 갈수록 한국 선수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고 했다.

토머스, 2년 만에 패권 탈환 도전

한국 선수들이 대회 첫 승을 향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초대 챔피언’ 토머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몰아치며 9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이틀 합계 13언더파를 쌓은 안병훈과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9·이진명)에게 2타 앞선 단독 선두다. 토머스는 18번 홀(파5) 전까지 대니 리와 12언더파 공동 선두였다가 이 홀에서 이글에 가까운 버디를 잡으며 리더보드 최상단에 홀로 섰다.

2017년 이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른 토머스는 아시아에 오면 펄펄 난다. 통산 10승 중 3승을 출전 횟수가 몇 번 되지 않은 아시아 대회에서 수확했다. 2015년과 2016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클래식을 2연패하며 PGA투어 첫 승과 2승을 연달아 달성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2년 만에 2승째를 노린다.

토머스와 절친인 조던 스피스(26·미국)도 제주에서 부활 발판을 다졌다. 이날 7타를 줄이며 9언더파 공동 4위로 올라섰다. 다만 친구와의 결전이 불가피하다. 디펜딩 챔피언 브룩스 켑카(29·미국)는 이날 3타를 잃고 이븐파 공동 51위로 밀려났다. 필 미컬슨(49·미국)은 2언더파 공동 33위, 최경주(49)는 1언더파 공동 46위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