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내 프로리그 MVP 출신 "발목만 안 다쳤어도"
45세 농구 선수 김영옥, 전국체전 銀…'시계 형님도 1살 동생'

"아유, 넌 어떻게 아직도 그대로니?"
흔히 40대 중반의 나이가 돼서 오랜만에 중·고교 동창을 만났을 때 하는 얘기지만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만 45세에도 현역으로 뛰는 선수를 만난 농구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05년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와 여름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총알 낭자' 김영옥(45)이다.

국가대표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국내 최고 가드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린 김영옥은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농구 여자 일반부 결승전에 김천시청 소속으로 출전했다.

1974년생인 그는 남자 농구 선수 출신 중에서는 현재 방송인이 된 서장훈, 추승균 전 전주 KCC 감독과 동기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고령 기록을 세우고 이번 시즌에도 울산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뛰는 '시계 형님' 아이라 클라크(44)나 현주엽 창원 LG 감독은 김영옥보다 한 살 어린 동생들이다.

물론 여자 실업팀이 연중 경기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프로 리그를 소화하는 클라크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김영옥은 2015년에 딸(정하연)을 낳고 코트에 복귀했다는 점도 계산에 넣어야 공평하다.

10일 결승전에서는 역시 전 국가대표 곽주영(35) 등이 버틴 사천시청에 져 은메달에 그쳤지만 40대 중반에 코트를 종횡무진 누빈 김영옥의 활약은 올해 전국체전 농구 경기장에서 화제가 됐다.

45세 농구 선수 김영옥, 전국체전 銀…'시계 형님도 1살 동생'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영옥은 "국내 프로리그에서 2011년 은퇴했고 이후 중국에서 2년 정도 뛰었다"며 "올해 7월 개인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육아에 바빠 운동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워낙 빠른 스피드 덕에 '총알 낭자'라는 애칭으로 불린 김영옥은 국내 리그 은퇴 시점 기준으로 8∼9년이 지났지만, 현역 시절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사실 8월부터 팀에 합류해서 연습 경기도 같이했는데 오른쪽 발목 인대를 심하게 다쳤다"며 "처음 병원 진단은 재활만 3개월 걸린다고 해서 이번 체전에 못 나오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너무 답답해서 일단 재활을 시작했고 정말 '불가능은 없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대회에 나올 수는 있게 됐다"며 활짝 웃어 보인 김영옥은 "발목만 괜찮았으면 진짜…"라며 목에 건 은메달을 아쉽게 쳐다봤다.

김영옥은 "발목 상태가 좀 나아지고 1주일 정도 맞춰보고 나왔는데 후배들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그래도 같이 뛰어보니 체력적으로 크게 힘든 것은 모르겠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45세 농구 선수 김영옥, 전국체전 銀…'시계 형님도 1살 동생'

김천시청의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김천시청 주득점원이 김영옥"이라며 "상대에서는 김영옥을 집중해서 막았지만, 수비수마다 반칙 수가 늘어나서 고생했을 정도"라고 평했다.

이제는 '총알 엄마'가 된 그는 "딸도 운동 신경을 타고나서인지 운동할 때가 행복하다고 하더라"며 "저도 사실 은퇴하고 이제 미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뛰니까 열정도 생기고 피가 끓는 느낌을 받았다"고 행복했던 전국체전 기간을 돌아봤다.

이번 전국체전 농구 여자일반부에는 김영옥, 곽주영 외에 김경희(43), 박태은(32), 홍보람(31), 이정현(27), 이선화(31), 허윤자(40), 진미정(41), 조은주(36) 등 프로 출신 은퇴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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