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가 29일 DGB볼빅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 16번홀(파4)에서 티샷을 방해한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을 내미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JTBC골프방송 캡처
김비오가 29일 DGB볼빅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 16번홀(파4)에서 티샷을 방해한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을 내미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JTBC골프방송 캡처
‘돌아온 장타왕’ 김비오(29)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올 시즌 가장 먼저 시즌 2승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경기 도중 티샷을 방해한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설을 퍼붓는 돌발 행동을 해 의미가 퇴색했다.

김비오는 29일 경북 구미의 골프존카운티 선산컨트리클럽(파72·7104야드)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DGB볼빅 대구경북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김비오는 2타 차 열세를 이겨내고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 4월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 시즌 첫승을 올린 지 5개월여 만이다. 올 시즌 코리안투어 2승은 김비오가 처음이다. 이번 우승으로 김비오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로 올라섰다. 통산 승수는 5승으로 늘어났다.

김비오는 ‘비운의 골퍼’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그는 2010년 코리안투어 대상, 신인왕, 최저타수 1위를 석권하며 ‘천재 루키’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못한 ‘미국투어 진출 꿈’이 그를 긴 부진의 터널에 가뒀다. 2011년 진출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돌아온 2012년엔 2승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는 다시 미국투어에 도전했지만 역시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2014년 국내 투어로 돌아와 눌러앉았다. 이후 지난 4월 7년 만에 코리안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려 ‘천재의 부활’을 알렸다.

김비오는 올 시즌 투어 비거리 1위(평균 306.8야드)를 달리는 장타자다. 이번 대회에서도 넉넉한 비거리를 앞세워 코스를 마음껏 요리했다. 3라운드 선두 황재민(33)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비오는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2개를 맞바꿔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10번홀(파5), 11번홀(파4)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 경쟁에 뛰어들더니, 13번홀(파3)에서 장거리 버디 퍼트를 꽂아넣어 단독 선두를 꿰찼고, 17번홀(파3)에선 10m 거리의 칩샷을 홀에 굴려 넣어 2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원조 장타왕’ 김대현(31)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m 버디를 성공시키는 등 이날만 5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해 1타 차로 쫓아왔지만 김비오로 기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김비오는 18번홀을 파로 지켜 우승을 확정했다.

김비오는 환호하지 못했다. 16번홀(파4)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손가락 욕설’ 사건 때문이다. 그가 티샷을 하는 순간 갤러리가 카메라 촬영 버튼을 눌렀고, 이 소리에 놀란 김비오가 공의 윗부분을 맞히는 이른바 ‘뱀샷(토핑)’을 쳤다. 화가 난 김비오는 사진을 찍은 갤러리 쪽으로 돌아서 손가락을 내미는 동작을 취한 데 이어 드라이버까지 땅에 내려치는 거친 동작을 했다. 이 장면은 TV 중계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김비오는 대회 우승 인터뷰에서 “하필 다운스윙에서 셔터가 터졌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지만 다 내 잘못이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KPGA는 30일 긴급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올 시즌 남은 경기 전체 출장정지 등이 거론된다. 이날 4타를 줄인 SK텔레콤오픈 챔피언 함정우(25)가 황재민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