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경기도 한 골프장에서 겪은 황당 홀인원 도둑맞은 사건
홀컵이 위로 솟아오른 상태로 놔둔 채 떠나
다음팀이 친 공이 컵 테두리에 막혀 홀인원 무산
A씨 "황당했지만 하소연할 곳 없어, 생애 첫 홀인원은 날아갔지만
수백만원 기념턱 아꼈다고 생각하기로"
 홀인원을 날린 A씨가 직접 촬영해 제보한 당시 상황.

홀인원을 날린 A씨가 직접 촬영해 제보한 당시 상황.

“완전 홀인원이었는데, 진짜 황당했다니까요”

골프마니아 A(40)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간 골프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기도 용인 P골프장에서다. 모처럼 라운드를 나왔던 탓인지 드라이버는 ‘와이파이’처럼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언샷만큼은 빨랫줄처럼 쭉쭉 뻗어나갔다. “뭔가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건은 아일랜드홀인 7번홀(파3·100m)에서 터져나왔다. 앞핀임을 감안해 50도 웨지를 잡고 평소대로 편안하게 채를 휘둘렀다. 공은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린 뒤 홀쪽으로 곧장 향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건 공이 홀컵 바로 앞 그린에 떨어져 막 구르기 시작한 때였다. 누가봐도 100%홀인원 상황. ‘어~어~!’하는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던 동반자들은 그러나 갑자기 침묵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공이 홀컵에 들어가려던 찰나, 무언가에 부딛힌 듯 ‘톡’소리를 내더니 멈춰섰기 때문이다.

홀인원을 기대했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일랜드 홀에 올라간 A씨는 홀컵을 눈으로 확인하곤 황당함을 금지 못했다. 공이 홀컵에 들어가는 걸 막은 ‘장애물’이 있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원통형 홀컵이 그린 위로 약 2cm가량 올라와 있었고, 공이 거기에 걸려 딱 멈춰있었던 것이다.

사정을 알아 본 A씨는 더 기가 막혔다. A씨의 팀 앞에서 경기한 누군가가 홀컵이 살짝 솟아 오른 것을 그대로 놔둔 채 다음 홀로 이동했던 것 같다는 골프장 측의 설명을 듣고서다.

황당함을 넘어 어이가 없었던 A씨는 골프장 측에 “홀인원을 방해받았다”며 항의를 했다. 홀컵 관리 부실책임이 결국 골프장 측에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골프장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홀인원으로 인정해주기는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A씨는 쓴 입맛만 다셔야 했다.

“생애 첫 홀인원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그렇다고 누구를 잡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더 답답했다. 하지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보험을 들지 않았던 터라 홀인원을 했으면 수백만원을 기념으로 썼어야 했는데,아꼈다고 생각하기로 했더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이날 전반에 6오버파를 친 A씨는 후반 이븐파를 치는 ‘화풀이’맹타를 휘둘렀다. 최종 타수는 78타. 캐디는 “홀인원이니 7번홀 타수를 이글(-2)로 적어주겠다”며 A씨를 달랬다. A씨는 “홀인원을 도둑맞은 아쉬움을 그나마 후반에 풀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복수의 골프장에 따르면 이런 일은 드물지만 벌어질 수 있다. 금속 홀컵 위에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홀컵링(타겟링이라고 부름)을 덧대 쓰는 골프장의 경우다. 골퍼가 깃대와 홀컵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손을 집어넣어 공을 꺼내다 손이 홀컵과 깃대 사이에 살짝 끼이면서 홀컵이 위로 솟아오르는 일이 왕왕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깃대가 꽂혀있는 상태에서 퍼팅이 허용된 뒤 이런 일이 좀 더 잦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반자 모두가 퍼팅을 끝내기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다시 밀어넣고 퍼팅하면 된다. 문제는 홀아웃을 마지막으로 한 골퍼가 삐져나온 홀컵을 완전히 밀어넣지 않고 급하게 다음 홀로 이동하고, 캐디까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땐 대책이 없다. 다음 팀 골퍼 누군가가 이 부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가능성은 코스작업자의 실수다. 한 골프장 코스관리팀장은 “홀컵 위치를 바꾼 뒤 금속 홀컵을 완전히 밀어넣지 않아 위에 덧대는 플라스틱 (타겟)링과 금속소재 홀컵이 함께 위로 올라온 상태로 다음 팀이 경기한 경우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 골프장 작업자의 말도 안되는 큰 실수다. 초보자도 이런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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