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부터 조던 스피스를 부르려 노력했습니다. 오늘 아침 9시 15분에야 출전 확답을 받았네요.”

3일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국내 유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 더CJ컵@나인브릿지(이하 CJ컵)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한 대회조직위 관계자가 메이저 3승의 조던 스피스(미국)의 에이전트와 주고 받은 문자 내용을 보여주며 미소지었다.

오는 10월 17일 제주에서 열리는 CJ컵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11시부터 현장 세팅에 들어갔다. 공식 참가 신청은 이달 25일까지였으나 대회 미디어 설명회였던만큼 조직위로선 주요 출전 선수를 이날 발표하는 것이 대회 홍보에도 유리했다. 불과 1시간 30분을 남겨 놓고 스피스의 출전이 결정됐고 주최 측은 스피스의 출전 사실을 극적으로 언론에 알릴 수 있었다.

출전할 대회가 없어 걱정하는 국내 투어 선수들과 달리 매주 대회가 넘치는 PGA투어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갑(甲)’의 위치에 있다. 소위 ‘A급’ 선수들은 체력 안배 차원에서 1년 약 20개 대회를 출전한다.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 등을 제외하면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제한적이다. CJ컵처럼 역사가 길지 않은 대회는 선수들의 간택을 기다려야하는 처지다.

대회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년째인 CJ컵이 미국 본토 밖에서 열리는 핸디캡을 안고 이뤄낸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스포츠 외교가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경욱호 CJ마케팅실장과 김민성 스포츠마케팅팀장, 김유상 스포츠마케팅팀 부장은 1년 중 수 십일을 미국에서 보내며 선수를 CJ컵으로 부르기 위해 발품을 판다. 대회 소개 영상을 보여주고 제주도의 장점 등을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어필한다. 올해는 ‘삼고초려’ 끝에 스피스마저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경 실장은 “대회 첫 해인 2017년에는 스피스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며 “제주도가 유명한 신혼 여행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웨딩 포토북을 들고 찾아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김 팀장은 가장 섭외가 까다로웠던 선수로 제이슨 데이(호주)를 언급했다. 데이는 3년 연속 출전을 확정하며 이제는 대회 ‘단골손님’이 된 선수다. 김 팀장은 “제이슨 데이의 에이전트는 PGA투어에서도 악명이 높다”며 “처음 만났을 땐 1분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대화를 했는데 이제는 만나면 밥도 먹는 사이가 됐다”고 웃었다.

이날 대회조직위는 CJ컵 출전 선수 추가 명단을 발표하며 스피스 외에도 지난해 우승자 브룩스 켑카, 필 미컬슨, 초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 패트릭 리드, 게리 우들랜드(이상 미국) 등이 출전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자신이 여는 재단 행사 ‘타이거 우즈 인비테이셔널’로 인해 참가가 어려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준메이저급’ 출전 명단을 꾸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우즈와 매킬로이가 CJ컵이 끝난 후 바로 일본에서 열리는 신생 대회 조조챔피언십에 출전한다는 사실은 CJ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경 실장은 “지난해말부터 우즈를 초청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우즈의 재단 행사와 우리 대회 기간이 겹쳤다”며 “하지만 우리 대회에도 미컬슨, 켑카, 토머스, 스피스 등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김 팀장도 “켑카와 미컬슨은 조조챔피언십에는 나가지 않는다”며 CJ컵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회조직위측은 주요 미국 선수 외에도 PGA투어 8승을 거둔 최경주(49)와 올해 PGA투어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는 임성재(21) 등이 출전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CJ컵에는 페덱스컵포인트 상위 60명,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 우승자를 포함한 초청선수 18명 등 총 78명이 출전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