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달러 사나이’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사진)가 차세대 황제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휴식 없이 참가한 유러피언투어 오메가유러피언마스터스(총상금 250만유로)에서다.


매킬로이는 2일(한국시간) 스위스 크랑몬타나 크랑쉬르시에르골프장(파70·6848야드)에서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14언더파 266타를 적어내 공동선두로 라운드를 마쳤으나 5명이 격돌한 연장전 문턱은 넘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2주간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29·미국)를 더욱 압박하게 됐다. 매킬로이는 지난달 2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끝난 PGA투어 투어챔피언십에서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순위에 따른 ‘보너스 타수’ 핸디캡 5타를 안고도 역전 우승을 차지해 보너스 1500만달러를 거머쥐었고 시즌 3승째를 신고했다. 휴식 없이 6000㎞를 날아간 뒤 곧바로 참가한 이 대회에서 또 준우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매킬로이는 만 25세이던 2014년까지 메이저대회에서만 4승을 거두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를 이을 차세대 황제로 꼽혔다. 유러피언투어를 병행하면서도 꾸준히 승수를 쌓다가 발목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미국 대회에 더 전념하기로 결정한 올해 PGA투어 19개 대회에 출전했고 커트 탈락한 2개 대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위권 성적을 냈다.

매킬로이는 세계랭킹도 어느새 2위로 끌어올리면서 1위 탈환을 눈앞에 뒀다. 그의 기세가 이어지면 ‘메이저 사냥꾼’ 켑카도 ‘1인자’ 지위를 장담할 수 없다. 매킬로이가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던 건 2015년 9월 13일이 가장 최근이다.

매킬로이는 이날 연장 첫 홀에서 2.4m 버디 퍼트를 남겨놨으나 이를 넣지 못했다. 우승은 연장 첫 홀에서 3m 버디 퍼트에 성공한 세바스티안 쇠데르베리(29·스웨덴)에게 돌아갔다. 쇠데르베리는 파 또는 보기에 그친 경쟁자들을 따돌려 우승상금 41만6660유로(약 5억54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매킬로이는 “지난 8주 동안 7개 대회를 뛰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매킬로이는 오는 19일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롤렉스시리즈 최종 4차전 BMW PGA챔피언십에 출전해 또 한번 유럽 골프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