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왼쪽)과 박인비가 9일 제주 제주시 오라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 첫날 ‘불꽃 샷’을 휘둘렀다. 이정민은 이날 이글 1개를 포함해 8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 3년5개월 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박인비는 4언더파를 적어내 공동 3위로 출발했다. KLPGA 제공
이정민(왼쪽)과 박인비가 9일 제주 제주시 오라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 첫날 ‘불꽃 샷’을 휘둘렀다. 이정민은 이날 이글 1개를 포함해 8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 3년5개월 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박인비는 4언더파를 적어내 공동 3위로 출발했다. KLPGA 제공
이정민(27)이 ‘삼다도’ 제주의 세찬 바닷바람을 뚫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장기인 아이언 샷을 자유자재로 다룬 덕분이다. 9일 제주 제주시 오라CC(파72·666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총상금 8억원)에서다. 이정민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바람 부는 날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이정민은 이날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아내며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뽐냈다. 8언더파 64타를 적어낸 그는 리더보드 가장 윗자리를 꿰찼다.

KLPGA투어 통산 8승을 거두고 있는 이정민은 2016년 3월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성적이 좋지 않다. 그해 스윙 교정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가 2014시즌에 김효주, 2015시즌에는 전인지 등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꾸준히 승수를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이언 샷이 있었다. 이정민은 여자 선수임에도 2~3번 아이언을 캐디백에 넣고 다닐 정도로 아이언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아이언 적중률은 성적과 비례했다. 전성기 시절 그린 적중률은 2014시즌 5위(77.13%), 2015시즌 2위(78.28%)에 올랐다. 2016시즌에는 22위(72.07%)로 순위가 뚝 떨어졌다. 이정민은 “원하는 스윙이 있었고 이를 구현하려다 보니 오히려 좋았던 스윙이 망가졌다”며 “어려운 시간이 길어졌지만 지금은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민은 KLPGA투어에서 최고의 스타성을 가진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조던 스피스(26·미국) 등 스타성이 뛰어난 선수들을 후원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가 KLPGA투어 선수 중 유일하게 후원하는 선수다.

그는 올 시즌 샷이 살아나면서 꾸준히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톱10에 네 번 들었다. 1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선 적도 두 번 있었다. 하지만 뒤에 가서 무너지는 뒷심은 숙제다. 이정민은 “나도 모르게 첫날 잘 치면 이튿날부터는 방어적으로 경기했다”며 “스코어를 줄이려 하지 않고 지키는 안전한 플레이를 하다 보니 치고 올라갈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정교한 아이언 샷 덕을 봤다. 최대 초속 8m 강풍에도 탄도를 조절해 거리를 맞췄다. 11번홀(파5) 이글도 아이언 샷으로 만들었다. 홀에서 87m 떨어진 왼쪽 러프에서 친 샷이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정민은 “오전에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며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해 내가 원하는 샷을 마음껏 구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샷 감각이면 우승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2라운드에선 이전 대회와 달리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유럽에서 2주 연속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강행군을 마치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골프 여제’ 박인비(31)는 버디 6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2개로 막으며 4언더파로 공동 3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 루키’ 조아연(19)이 3언더파로 뒤를 잇고 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과 ‘디펜딩 챔피언’ 오지현(23)은 1오버파로 나란히 중위권에 자리했다.

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