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선태' 꿈꾸며 KBO 드래프트 트라이아웃 참가
"누구보다 간절합니다"…非 엘리트 출신 박지훈·장진호·지승재

"야구를 향한 열정, 간절함은 엘리트 출신보다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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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수 박지훈(27)은 태권도를, 투수 장진호(26)는 축구를 야구보다 먼저 배웠다.

외야수 지승재(26·이상 파주 챌린저스)는 미국에서 야구 동아리 활동을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창 시절 단 한 번도 엘리트 야구부에서 뛰지 못한 선수 3명이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실력'과 '가능성'으로만 채점해야 하는 10개 구단 프로 스카우트들에게 이들은 강한 인상을 심지 못했다.

타격, 수비, 주루, 투구 테스트가 끝난 뒤 한 '면접'에서도 비 엘리트 출신 3명은 아무런 질문도 받지 못했다.

박지훈과 장진호, 지승재는 "당연한 일이다.

아무래도 관심을 끄는 선수들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야구를 향한 열정과 간절함은 엘리트 출신보다 강하다.

배우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모든 가르침을 흡수할 수 있다.

말씀드릴 기회는 없었지만, 꼭 알리고 싶다.

파주 경기를 보시면 오늘 보여주지 못한 것을 다 보여드릴 수 있다"고 장점을 '어필'했다.

"누구보다 간절합니다"…非 엘리트 출신 박지훈·장진호·지승재

이들처럼 학생 야구부를 거치지 않은 한선태(25·LG 트윈스)는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5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한선태는 지속해서 KBO에 요청해 "대한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자 중 KBO가 정한 시행세칙에 따라 참가 자격을 갖춘 선수가 구단에 입단하고자 하는 경우 2차지명 30일 전까지 KBO에 2차지명 참가를 신청해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어낸 '공로'까지 있다.

쉽게 말하자면, 한선태 덕에 대한소프트볼협회가 인정한 초·중·고교 야구부에 소속되지 않은 선수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박지훈은 "우리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는 선수들은 프로 스카우트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한선태 덕에 트라이아웃에 나올 수 있었다.

참 고맙다"며 "평소보다 실수를 많이 해서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오늘을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훈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태권도에 먼저 입문했다.

여러 차례 엘리트 야구부의 문을 두드렸지만, 좌절만 맛봤다.

그러나 박지훈은 중학교 때는 클럽 활동으로, 고교 때는 경희대 야구부 동아리 형들과 훈련하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성인이 된 후에는 경기도 오산시 리틀야구단에서 코치를 했다.

그리고 2018년 4월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박지훈은 "나는 수비에 강점이 있다.

1년 동안 실책을 단 한 개만 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제1회 한일 독립야구 올스타전 한국 대표팀 2루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간절합니다"…非 엘리트 출신 박지훈·장진호·지승재

장진호는 한선태와 가장 닮았고, 인연도 있다.

그는 "2002년 축구를 시작했지만, 재능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06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본 뒤 야구에 흥미가 생겨 '동네야구'를 하다가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장진호는 중3 때 대전에 있는 야구 아카데미에서 한선태를 만났다.

"그때도 선태는 야구를 참 잘했다"며 "고교에 진학하면서 선태와 연락이 끊겼는데 2012년 고양 원더스 트라이아웃에서 선태를 다시 만났다"고 떠올렸다.

원더스 트라이아웃에서는 장진호와 한선태 모두 탈락했다.

6년 뒤 장진호는 한선태의 기사를 봤다.

장진호는 "선태의 도전기를 읽으면서 '나도 도전해야겠다'고 다시 마음먹었다"고 했다.

마침 장진호도 한선태와 같은 잠수함 투수다.

이날 장진호는 긴장한 탓에 폭투성 공을 몇 개 던졌다.

그는 아쉬움을 가득 담은 얼굴로 "몸이 유연해서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공이 빠르지는 않아도 공 끝에 변화가 심해서 빗맞은 타구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간절합니다"…非 엘리트 출신 박지훈·장진호·지승재

지승재는 미국에서 고교,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시절 미국프로야구 트라이아웃에 도전한 적은 있지만, 엘리트 선수로 뛴 적은 없다.

그는 "1년 만이라도 야구 선수로 뛰고 싶다"는 꿈을 품고 한국에 왔다.

생활 자금이 있어야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2018년에는 스포츠매니지먼트, 베이커리 회사 등에 취직해 돈을 벌었다.

그리고 올해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해 독립리그 야구 선수로 뛰고 있다.

지승재는 "야구 선수로 뛴 건, 1년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야구 선수로 살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프로 선수가 된다면 생활비 걱정 없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은 넓지 않다.

지승재는 "나도 KBO리그에 입단하는 게 어려울 것이란 걸 안다.

그래도 도전은 해보고 싶다"고 했다.

도전의 끝이 '프로 입단 실패'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필요한 건 기회였다.

세 명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프로 스카우트 앞에 선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트 선수 못지않게 강한 이들의 간절함은 최소한 '기회'를 만들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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