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광주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 입장하고 있는 우하람 / 연합뉴스
지난 14일 광주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 입장하고 있는 우하람 / 연합뉴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 경기에 출전한 개최국 한국의 ‘다이빙 간판’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기장 입장 때 입은 유니폼 뒤에는 영문 국가명 ‘KOREA’ 대신 은색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다른 선수들의 등에는 각자의 나라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우하람의 은색 테이프는 유독 더 도드라졌다. 이 장면은 중계카메라를 통해 세계로 퍼졌다.

우하람이 은색 테이프로 가린 것은 유니폼을 만든 A사 로고였다. 의류에 있던 A사 로고가 국제수영연맹(FINA) 광고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다. 우하람이 테이프를 사용해야 했던 이유다.

안방에서 벌어진 이 같은 촌극은 대한수영연맹의 늑장 행정에서 비롯됐다. 연맹은 지난해 말 A사와 용품 후원 계약이 끝난 후 새 후원사를 찾았다. 지난 5월 이사회에서 후보 업체들에 대해 일부 이사들이 부적합 의견을 냈고 새 후원사를 찾는데 난항을 겪었다. 대회 시작 직전인 지난 1일 A사와 재계약했다. 대회 시작 10여일을 남겨 놓고 A사가 ‘KOREA’가 새겨진 한국 국가대표용 유니폼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맹은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A사 의류를 구해 선수들에게 전달했으나 FINA의 광고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연맹은 부랴부랴 로고 자리에 천을 덧댄 후 그 위에 ‘KOREA’를 새겨 선수들에게 15일 전달했다. 연맹은 ”새 용품 업체와 계약하려 했다가 무산되고 다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져 생긴 일“이라고 했다.

연맹은 재정 악화와 집행부 인사들 비리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회장직은 공석이었고 지난 5월에야 새 회장을 뽑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