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빼고 쳐요.”

김세영(26·사진)은 자타공인 장타자다. 태권도(공인 3단)로 잘 다져진 하체가 견고하기도 하지만 상체까지 써 비거리를 만든다. 화끈한 공격골프를 좋아해 에둘러가는 일도 별로 없었다. 한두 번씩 실수가 나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거리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대신 멀리 칠 때와 끊어 갈 때를 가린다. 시즌 초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린 뒤 달라진 변화다.

지난해 31언더파 우승이라는 ‘LPGA사상 최다 언더파 우승’ 대기록을 쓴 손베리크리크 클래식 이후 그는 구질과 스윙을 살짝 바꾸려 했다. 종종 악성 훅으로 변해 그를 괴롭히던 드로 구질을 다듬기 위해서다.

하지만 허리 부상이라는 암초와 만났다. 다시 원래 스윙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건 ‘부드럽게 치기’다. 마음부터 힘을 뺐더니 몸에서도 힘이 빠졌다. 한두 번씩 터지던 ‘티샷 사고’도 확연히 줄었다.

김세영은 “마음을 비우고 샷을 했는데 스윙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렉시 톰프슨(미국) 같은 라이벌 장타자와 만나도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임경빈 프로(JTBC골프 해설위원)는 “에리야 쭈타누깐, 톰프슨, 김세영 등 장타자들은 간혹 갑작스러운 힘이 들어가면서 실수가 많이 나오는 게 공통점”이라며 “강한 스윙만 통제할 줄 알면 누구도 넘보기 힘든 샷이 나올 것으로 여겼는데 요즘 김세영 프로가 그 비법을 터득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의 꿈인 ‘메이저 챔프’에 필요한 섬세한 골프에 한 발 내디뎠다는 설명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