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데뷔 한달 만에
초청선수로 나와 3M오픈 제패

'스윙의 정석' 파괴한 괴짜
마지막홀 그린 밖 퍼팅으로
이글 잡아 반전 드라마
“저 ‘방아쇠 춤’은 대체 뭐야. 하하.”

“저 스윙으로는 절대 안돼. 보기만 해도 허리 디스크가 튀어나올 것 같은 걸.”

매슈 울프(20·미국)의 스윙을 본 골프 팬들의 반응이 대개 이랬다. 보수적인 골프계에서 그의 스윙은 물어뜯기 좋은 먹잇감이었다. 어드레스 후 ‘움찔’거리는 듯한 루틴과 가파르게 바깥쪽으로 들어올리는 백스윙까지 주류 스윙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유명 코치들의 시선도 다르지 않았다. 울프는 “나를 만난 코치들은 어떻게 해서든 내 스윙을 고쳐주겠다고만 말했다”며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울프는 보란 듯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상에 섰다. 수많은 사람이 비웃던 스윙은 그대로였다. 8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블레인의 TPC트윈시티스(파71·7164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3M오픈(총상금 640만달러)에서다. 그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으며 6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쳐 브라이슨 디섐보와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르며 우승상금 115만2000달러(약 13억5000만원)를 챙겼다.

프로로 전향한 지 한 달, 3개 대회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세3개월 만에 PGA투어 정상에 선 그는 조던 스피스(미국)가 2013년 존디어클래식에서 세운 19세11개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울프는 이번 우승으로 2021년까지 PGA투어 출전 자격과 2020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마스터스, PGA챔피언십 출전권을 확보했다.

제자 믿은 스승들, 최고 스타 탄생시키다

지금의 울프는 그를 믿고 지지한 ‘스승’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앨런 브래튼 오클라호마주립대 골프팀 감독은 울프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울프를 골프 명문대인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스카우트했다. 오클라호마주립대는 리키 파울러(미국) 등을 배출한 골프 명문. 울프는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골프 디비전 1 개인전 우승을 일궈냈다. 디비전 1은 대학 스포츠의 1부리그에 해당한다.

브래튼 감독은 “선수를 영입할 때 그들의 ‘타고난 재능’을 주로 본다”며 “울프는 백스윙 때 일반 선수들과 달랐지만 클럽이 내려오면서 임팩트 구간에선 완벽에 가까운 스윙을 했다”고 말했다.

울프의 스윙 코치 조지 갱카스도 울프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갱카스는 PGA투어 AT&T바이런넬슨 우승자 강성훈(32)의 스윙 코치이기도 하다. 갱카스는 “나는 항상 ‘그가 세계 최고가 될 스타성을 품고 있다고 말해왔다’”며 “그가 골프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걸 직감했다”고 했다. 울프도 “내 스윙을 바꿔보겠다는 다른 코치들과 달리 그(갱카스)는 내 스윙이 좋다고 말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스윙만큼이나 화려한 승부사 근성

우승 과정도 그의 개성스윙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공동 선두로 나선 디섐보, 모리카와와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안갯속 승부를 펼쳤다. 17번홀(파3)에서 모리카와 쪽으로 우승이 기우는 듯했다. 19언더파로 울프와 공동선두를 달리던 모리카와가 약 8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했다. 이 퍼트는 들어가는 듯 보였으나 홀을 맞고 나왔다.

이번에는 디섐보가 치고 나왔다. 18언더파를 기록 중이던 디섐보는 18번홀(파5)에서 204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홀에서 2m 떨어진 지점에 공을 보냈다. 이글 퍼트를 넣으면서 20언더파가 됐고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울프는 이글 한 방으로 경쟁자들을 잠재웠다. 디섐보가 이글을 기록한 18번홀에서 울프는 2온에는 실패했으나 공을 홀에서 약 8m 떨어진 그린 에지에 떨어뜨렸다. 퍼터로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 안으로 들어갔고 울프는 캐디와 함께 힘찬 ‘하이파이브’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다.

신인왕 유력 후보인 임성재(21)는 마지막 홀 칩인 이글에 힘입어 공동 15위(14언더파)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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