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는 '우승 턱'…"KLPGA 챔피언 되면 떡 돌려요"
“저도 우승하면 고향인 홋카이도 명물과자인 시로이코이비토를 꼭 돌릴 거예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에 출전 중인 다카바야시 유미(일본)는 올해 한국 투어에서 겪은 가장 흥미로운 경험이 ‘우승 떡’이라고 말했다. 21일 대회 2라운드를 마친 그는 “일본에 없는 게 챔피언이 떡을 돌리는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이 나누는 정과 연관이 깊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시드전을 치러 올해 정식으로 KLPGA투어에 진출했다.

한국 골프투어 우승자는 흥미롭게도 다음 대회 개막 때 ‘우승 떡’을 돌린다. 대개 “성원과 관심 덕분에 우승했다. 감사하며, 더 열심히 하겠다” 같은 인사말이 적혀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에서도 볼 수 없는 답례 전통이다. 백일 떡, 이사 떡을 돌리는 것과 비슷한 주술적 의미가 담겼다. 액운엔 함께 맞서고 행운은 같이 나누자는 뜻이다. 다카바야시는 “일본에선 우승자가 골프장에 사례하는 경우는 가끔 있다”고 전했다.

신세대 챔피언이 늘어난 요즘엔 ‘우승 떡’이 ‘우승 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쿠키, 마카롱, 초콜릿, 호두과자, 곶감처럼 좀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나, 후원사의 특성을 살려 치킨(교촌치킨), 맛밤(CJ오쇼핑), 영화 티켓(롯데), 오메기떡 같은 지역(제주)색으로 개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작은거인’ 이다연(22)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메이저 챔피언급’ 우승턱을 냈다. 전통에 따라 떡을 돌린 그는 2라운드에서도 마들렌(버터를 넣어 구운 프랑스 과자)과 후원사(메디힐)의 상징 제품인 마스크팩(사진)을 추가로 나눠줬다.

이런 전통은 기록으로 남은 게 없어 언제, 누가 가장 먼저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골프계에선 ‘신지애 기원설’이 유력하게 통한다. 2007년 9승, 2008년 7승 등 국내 투어 대회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그가 주변으로부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좀 그만 나와주면 안 되겠니?”라는 말을 많이 듣자 감사함과 미안함을 두루 담아 떡을 돌렸다는 설이다. 신지애 프로의 부친인 신제석 씨는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그게 아니고요. 데뷔 이듬해인 2007년이었던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어느 대회에서 홀인원을 해서 처음 떡을 돌려봤어요. 근데 그 대회에서 우승을 한 거예요. 홀인원 떡이 어쩌다 우승 떡이 돼버렸죠. 그다음에 다른 선수들도 우승 떡을 돌리기 시작하더라고요.”

포천힐스CC=이관우 기자 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