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인천 청라베어즈베스트(파72·6869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17번홀(파3)에 1타 차 선두로 들어선 이다연(22)의 티샷이 왼쪽으로 감겼다. 벙커 옆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은 홀을 한참 지나갔다. 6.4m의 파 퍼트. 몸을 한 차례 들썩이며 호흡을 고른 이다연은 과감하게 퍼트를 했다. 공은 홀 안으로 사라졌다. 이다연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의 캐디도 승리를 예감한 듯 펄쩍 뛰며 기뻐했다.
이다연이 16일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우승컵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신고한 이다연은 내년도 LPGA 기아클래식 대회 출전권도 받았다.    /KLPGA 제공
이다연이 16일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우승컵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신고한 이다연은 내년도 LPGA 기아클래식 대회 출전권도 받았다. /KLPGA 제공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는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그린은 딱딱하게 굳었고, 바람은 거세졌다. 1라운드에서 24명에게 언더파를 허락한 대회 코스는 마지막날 발톱을 드러냈다. 단 4명만이 언더파를 적어냈다. 최종합계에서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3명에 불과했다.

우승컵은 이날 11번홀(파4)부터 18번홀(파4)까지 8연속 파 행진을 하는 등 가장 끈질기게 버틴 ‘작은 거인’ 이다연에게 돌아갔다. 그는 157㎝의 작은 키에도 26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때려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이날 전반과 후반 1타씩 줄인 그는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를 기록, 3라운드까지 5타 앞섰던 이소영(22)을 밀어내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지난해 5월 E1채리티오픈 이후 약 13개월 만에 일군 통산 3승이자 개인 첫 메이저 타이틀이다. 세 시즌 동안 시드 걱정 없이 투어생활을 보장받은 이다연은 상금 2억5000만원을 보태 시즌 상금순위 2위(3억5938만원)로 올라섰다. 또 5000만원 상당의 카니발 리무진 승합차와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기아클래식 출전권도 손에 쥐었다.

이다연은 “종일 너무 열심히 쳤고 내 스코어는 물론 상대 선수 스코어도 모를 정도로 집중했다”며 감격해 했다. 승부를 결정 지은 17번홀 파 세이브 상황에 대해선 “무조건 넣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돌아봤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일을 맞은 이소영은 버디를 잡으면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갈 수 있던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최종합계 2언더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전반엔 1타만 내주며 잘 버텼지만 후반에만 4타를 잃은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BC카드골프단 유망주 한진선(22)이 1언더파를 기록하며 3위에 올라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3타를 덜어낸 같은 팀 장하나(27)도 전날 순위(공동 31위)에서 25계단 끌어올린 6위(2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베스트 아마추어상’은 손예빈(17)이 차지했다. 손예빈은 “이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커트를 통과해 선배들과 뜻깊은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