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러프' 비웃듯…언더파 쏟아진 한국女오픈
선수들의 기량이 갈수록 좋아지는 걸까. 국내 최고 메이저 대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이하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가 2년 연속 두 자릿수 언더파 우승자를 배출할 ‘위기(?)’에 놓였다. 메이저 대회는 까다로운 코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13일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파72·6869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선 24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냈다. 아마추어 김가영(남원국악예고 2년)이 김보아(24), 조정민(25)과 함께 4타를 줄여 4언더파 68타 깜짝 공동 선두로 올랐다. 최혜진(20·사진)도 2언더파를 적어내 시즌 4승 기회를 잡았다.

일반 대회라면 많은 숫자의 언더파 스코어가 아니다.

하지만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은 다르다. 한국여자오픈을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US오픈 등 주요 골프 대회처럼 코스 난도를 꾸준히 올려왔다.

이 대회는 4개 라운드 72홀로 열리기 시작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8개 대회에서 단 2명의 두 자릿수 언더파 우승자를 허락했다. 언더파가 아예 나오지 않은 대회도 있다. 2015년에는 박성현(26)이 1오버파, 2016년에는 안시현(35)이 이븐파로 우승했다.

그러다 지난해 오지현(23)의 버디쇼가 펼쳐졌고, 17언더파라는 대회 역대 최저타 우승자가 배출됐다. 그린이 무르고 러프도 예년만큼 질기지 못했다. KGA는 올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질긴 켄터키블루그래스가 심어진 대회장의 A러프를 80㎜, 더 깊은 B러프를 120㎜까지 길렀다.

하지만 첫날부터 4언더파 선두가 나오면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우승자가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 KGA 관계자는 “그린 속도는 스팀프미터 기준 3.4m지만 ‘경도’에선 아직 예전만큼 딱딱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린 ‘롤링’을 계속할 예정이어서 그린이 대회를 거듭할수록 더 딱딱해지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혜진은 “아직은 그린에서 공이 ‘도망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서도 “앞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인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