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최혜진(20)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9시즌 3승째를 신고하며 독주 체제를 굳건히 했다.최혜진은 9일 제주도 제주시 엘리시안제주(파72·662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에쓰오일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이틀 연속 66타를 적어낸 그는 최종합계 12언더파 132타를 기록, 공동 2위 박지영(23)과 장하나(11언더파·27)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이번 대회는 7일 경기가 안개로 취소돼 2개 라운드 36홀로 축소 운영됐다. KLPGA는 36홀 대회까지 상금 100%를 지급해 최혜진은 상금 1억4000만원을 고스란히 챙겼다. 각종 기록도 정상적으로 반영된다. 올시즌 유일한 다승자인 최혜진은 시즌 누적상금 5억2709만원을 기록, 2위와 격차를 더 벌렸다. 대상포인트에서도 192점을 모아 4계단 오른 2위로 도약했다.이번 우승으로 최혜진은 지난 4월 KLPGA챔피언십, 5월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에 이어 한달만에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아마추어 시절 우승을 포함, 투어 통산 7승째다. 최혜진은 “올해 목표가 작년보다 많은 승수를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벌써 달성했다”며 “남은 시즌 1승씩 더한다는 마음으로 경기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1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며 공동선두로 나섰던 장하나(27)는 3타를 줄이는 데 그쳐 최혜진에게 역전을 허락했다. 이날만 7타를 줄인 전우리(22)가 합계 10언더파 4위로 뒤를 이었다.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7일 열릴 예정이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쓰오일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1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됐다. 제주도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초속 25.3m 강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대회장인 제주도 엘리시안제주CC(파72·6622야드)는 가시거리가 50m에 불과한 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36홀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으며, 최종 2라운드가 예정된 9일에는 커트 탈락 없이 참가자 123명 전원이 경기한다”고 밝혔다.일반적으로 축소 운영하는 대회는 다양한 변수를 몰고 온다. 1개 라운드가 없어지면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부터 경기 운영을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반보다 초·중반에 강한 선수가 득세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오히려 변수에 강한 ‘멀티 챔프’들이 악천후를 뚫어낸 경우가 많았다. ‘지현 천하’의 주인공 김지현(28)의 네 번째 우승도 지난해 2라운드가 취소된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나왔고, 1라운드가 취소됐던 2017년 KB금융스타챔피언십의 우승자도 ‘달걀 골퍼’ 김해림(30)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핫식스’ 이정은(23)과 축소된 경기에서 1승을 올렸다. 2014년 MBN여자오픈 우승자 김세영(26)과 2012년 KB금융스타챔피언십 우승자 장하나(27)도 당대 최고 선수라고 할 수 있는 ‘1순위’ 우승 후보였다.KLPGA투어 ‘메이저 퀸’ 배선우(25)는 유독 악천후에 강세를 보인 선수다. 배선우는 지난해 거둔 2승을 모두 악천후로 축소 운영된 대회에서 챙겼다. 10월 하이트진로챔피언십 3라운드가 나쁜 날씨로 취소됐으나 최종합계 4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같은 해 8월 열린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취소된 2라운드와 관계 없이 마지막 날 8타를 줄이며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플라잉 덤보’ 전인지(25)도 2015년 축소 운영된 2개 대회에서 2승을 거뒀다.악천후로 축소 운영된 최근 10개 대회에서 ‘깜짝 우승자’는 사실상 딱 한 번 있었다. 2017년 SK핀크스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이 그랬다. 최종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직전 라운드 공동 선두인 김혜선(22)과 이정은이 연장전에 돌입했다. 김혜선은 서든데스 끝에 이정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혜선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챙긴 우승컵이다.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모험보다는 늘 안정을 택했던 것 같아요. 골프를 봐도 재테크를 봐도 ‘안전’이 최고였어요.”1야드라도 쥐어짜내려는 듯 투박한 피니시. 230야드를 조금 넘는 드라이브 비거리. 이 평범함으로 15년을 버텨낸 ‘숨은 강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다 출전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베테랑’ 홍란(33)이다.7일 KLPGA투어 에쓰오일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이 열린 제주도 엘리시안제주CC(파72·6622야드)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이번 대회가 301경기째다. 15년 연속 1부 시드를 지킨 그는 이 대회 후 투어 최다 출전 역대 1위로 올라선다. 종전 1위는 드림(2부)투어를 뛰고 있는 동갑내기 김보경(33)이었다.홍란은 “멀리 보낼 수 없다면 안전하게 정확히 치면 된다고 믿었다”며 “투어 생활이 늘어날수록 힘을 빼고 꾸준히 하자는 생각을 한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홍란의 ‘평범한 롱런’은 그러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꾸준함’을 유지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프로 데뷔 후부터 한 주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른 적이 없는 그다. 주먹만 한 작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의 몸매는 그가 보내온 지난 15년을 대변한다.홍란은 “예전에는 아이돌 가수 이름을 줄줄 외웠는데 요새는 모르는 가수가 대부분인 걸 보면 나이를 먹은 게 느껴진다”며 “이제는 체력이 달려 예전만큼 운동량이 많지 않지만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2005년 1부 투어에 데뷔한 그가 지금까지 300경기를 치르면서 모은 상금만 21억4300만원에 달한다. 연봉으로 치면 매년 ‘억대 연봉’을 챙긴 고액 연봉자다. 상금액의 최대 100%까지 주는 스폰서 보너스와 후원금 등을 따지면 액수는 더 늘어난다. 그는 안정된 골프 실력만큼이나 재테크에도 성공해 선수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알부자’로 통한다.홍란은 “세금과 캐디피, 투어 생활 비용 등을 따지면 실제 수입은 예상보다 훨씬 못 미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골프도 돈을 벌기 시작한 프로 데뷔 후에 더 재밌어진 것 같다. 수입 목표가 생기니 골프가 더 재밌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환하게 웃었다.홍란이 골프만큼이나 재테크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다. 당시 가족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돈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홍란은 “최근에는 전문 자산관리사와 상의해 부동산이나 펀드 등에 분산 투자하는 재미에 빠졌다”며 “항상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한 것이 (돈을 모은)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 내 골프 스타일과 참 닮았다”고 했다. 잘하는 것보다 실수하지 않는 게 타수를 관리하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그는 은퇴 시기를 묻는 질문에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300경기 출전 등 숫자에 의미를 두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홍란은 “골프 외에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은퇴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300경기든 400경기든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했다.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