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키에 290야드 똑바로 보내는 비결 물었더니…"이 악물고 힘껏 쳐야 長打든 正打든 날릴 수 있죠"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앳된 얼굴, 땅에 닿을 듯한 캐디백….

권오상(24·사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키만한 캐디백을 둘러메고 클럽하우스를 걸어가는 그를 프로골퍼로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24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이 열린 경기 블랙스톤이천GC(파72·7260야드)에서 만난 권오상은 KPGA 코리안투어 공식 ‘최단신’ 선수다. 프로필상 키가 160㎝. 실제로는 이보다 조금 더 작다.

권오상은 “이것저것 가려먹지 않고 더 컸어야 했다. 비거리와 키는 상관없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땐 아니다. 조금 더 컸으면 300야드를 쉽게 보냈을 것 같다”며 솔직 담백한 대답을 내놨다.

권오상의 별명은 ‘작은 거인’이다. 키와 비거리가 어느 정도 비례한다고 했을 때 그만한 ‘가성비 갑’ 선수가 없다. 우드든 드라이버든 클럽과 상관없이 티샷한 거리로 측정하는 ‘드라이브 비거리’가 올 시즌 평균 275야드다. 실제로는 290야드를 넘게 친다.

권오상은 원래부터 작았다. 지금 키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키다. 아버지도 160㎝가 조금 넘고 어머니 역시 150㎝대의 단신이었다. 그럼에도 2016년 KPGA 프론티어(3부)투어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2017년에는 코리안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에서 처음 ‘톱10’에 들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페어웨이 안착률이 1위(80.54%)로 정교함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인사성 밝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선배들과 금세 친해져 코리안투어 ‘마당발’로 통할 정도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권오상은 “3회 연속 우승할 정도로 정신력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오히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일반인보다도 작은 키의 핸디캡을 딛고 승승장구 중인 권오상은 멀리 치는 별다른 비결이 없다고 했다. 다시 한참을 곰곰이 생각에 잠긴 그는 어설프게 공을 맞히는 것보단 있는 힘껏 ‘풀스윙’하는 게 정타와 장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저는 키가 작기 때문에 ‘살살’ 치는 컨트롤 샷이 거의 없어요. 항상 이를 악물고 최대한 세게 치려고 합니다. 대신 백스윙 때 오른팔 공간을 충분히 비워놓고 몸을 빠르게 회전해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죠. 그래서인지 몸을 충분히 쓰고 페이스에도 일관되게 맞는 ‘정타’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장타의 시작은 정타잖아요.”

이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