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선두 질주…쇼트게임 感잡은 '장타여왕'
상대의 기를 죽이는 ‘닥공’ 플레이는 여전했다. 270~28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 역시 불을 뿜었다. 필요할 때는 섬세한 쇼트게임으로 숨을 고르며 상대의 추격을 뿌리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디힐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에서 10개월 만에 우승 기회를 잡은 김세영 얘기다.

김세영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머세드GC(파72·6507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1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한 그는 이날 성적을 더해 사흘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했다. 2위 찰리 헐(잉글랜드)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다. LPGA투어 통산 7승을 수확한 김세영은 지난해 7월 손베리크리크클래식 이후 10개월 만의 통산 8승에 도전한다. 김세영은 당시 31언더파 257타로 사상 최다 언더파, 최저타 기록을 세워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김세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할 때부터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무기로 국내 통산 5승을 쌓았다. 그의 화끈한 공격 골프에 매료된 팬도 많다.

하지만 지난해 스윙 교정을 하다 허리 부상을 당한 이후로 부진이 이어졌다. 이번엔 예전의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공격 골프가 두드러진다. 나흘 내내 평균 270야드 가까이 공을 보냈고, 퍼트 수는 28개로 막으며 쇼트게임까지 살아난 모습이다.

김세영은 “무척 어려운 경기였다”면서도 “내일 핀 위치에 따라 계획이 달라지겠지만 계속 전진하면서 공격적인 플레이, 나만의 스타일로 플레이하겠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이날 열여덟 번 그린을 공략해 여섯 차례 그린을 놓쳤다. 하지만 대다수 쇼트게임으로 위기를 넘겼다. 1번홀(파4)부터 보기가 나왔지만 곧바로 5번홀(파5)에서 이글로 만회했다. 그린 주변에서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 안에 들어갔다. 11번홀(파4)에서도 긴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으며 퍼터 덕을 봤다. 15번홀(파5) 버디는 장타의 결과물이었다. 2온에 성공한 뒤 가볍게 2퍼트로 버디를 기록했다.

김세영을 비롯해 장타자들이 대거 순위표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최종라운드는 장타 대결이 예상된다. 잉글랜드의 ‘거포’ 헐이 최종라운드에서 김세영과 같은 조에서 장타 대결을 펼친다. 이날 3타를 줄여 사흘 합계 4언더파 공동 4위에 오른 미국의 장타자 렉시 톰프슨도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 선수가 대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K골프’의 시즌 6승 전망을 밝게 했다. 지은희와 양희영이 공동 4위에 자리했다. ‘핫식스’ 이정은은 2언더파 공동 9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