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이 28일 크리스F&C KLPGA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대회 후원사 모델인 강소라 씨(맨 오른쪽)와 역대 우승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혜진은 이날 박소연과 겨룬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박소연을 제치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KLPGA  제공
최혜진이 28일 크리스F&C KLPGA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대회 후원사 모델인 강소라 씨(맨 오른쪽)와 역대 우승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혜진은 이날 박소연과 겨룬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박소연을 제치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KLPGA 제공
28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파72·6610야드).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F&C KLPGA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 최종 라운드가 열린 18번홀(파4)에서 장탄식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2위를 2타 차로 밀어내고 선두를 달렸던 ‘천재 골퍼’ 최혜진(20)이 실수를 연발했다. 드라이버 티샷이 벙커에 빠지더니, 세컨드 샷도 홀에서 15m가량 먼 거리에 떨어졌다. 이어 시도한 버디 퍼트는 홀에서 1.5m가량 짧은 지점에 멈춰섰다. 파 세이브를 장담할 수 없는 모호한 거리. 첫 메이저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탓일까. 최혜진의 파 퍼트는 홀을 건드리지도 못한 채 오른쪽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아…!’ 갤러리들의 장탄식이 다시 터져나왔다. 그를 2타 차로 뒤쫓던 박소연은 이 홀에서 이글성 탭 인 버디를 잡아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피 말렸던 18번홀 살얼음 승부

실수는 18번홀 한 번으로 충분했다. 같은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최혜진의 감각적인 페어웨이 벙커샷이 빛났다. 공은 홀컵 1m 옆에 떨어졌고, 최혜진은 이번엔 실수하지 않았다. 3, 4라운드 모두 보기를 범해 살얼음판 승부를 자초했던 18번홀이었다.

최혜진이 피 말리는 연장 승부를 뚫고 통산 5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 아마추어 시절 2승과 지난해 신인 때 두 차례 우승을 챙긴 그가 메이저대회 우승컵에 입을 맞춘 건 처음이다. 연장 첫 홀에서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박소연은 회심의 칩 인 버디를 노렸지만 아깝게 빗나가고 말았다.

최혜진은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3라운드 때부터 우승 기대를 키웠다. 정교한 아이언과 고감도 퍼트를 앞세워 5언더파를 쳤다. 이번 대회 데일리 베스트다. 마지막날엔 2번홀(파3)에서 버디를 골라낸 뒤 7번홀(파5)과 9번홀(파4)에서도 1타씩을 줄여 손쉽게 우승컵을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에 잡은 여러 차례의 버디 기회를 살려내지 못하더니 결국 마지막홀에서 3퍼트를 범하면서 연장 승부를 자초했다.

생애 첫 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할 뻔했던 박소연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공동 선두로 최종일을 출발했지만 홀이 지날수록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1번홀(파5)부터 버디를 골라냈지만 4번홀(파4)에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한 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그러나 막판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살아났다. 7번홀(파5) 10번홀(파4) 12번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타수를 줄여나갔다. 이후 파 행진을 이어가다 마지막홀인 18번홀에서 세컨드 샷을 홀컵 바로 옆에 떨구며 기어코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가 경기에 박진감을 더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이번에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뒤늦게 발동 걸린 ‘핫식스’ 톱5

최혜진, 박소연과 함께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이다연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2언더파 3위를 차지했다.

‘핫식스’ 이정은은 뒤늦게 발동이 걸렸다. 17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골라내며 막판 질주를 시작했지만 우승 경쟁에는 이르지 못했다. 단독 4위(10언더파). 이정은은 지난해 KLPGA투어 상금왕 2연패를 달성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지 5개월 만에 국내 투어에 출전했다.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여자오픈을 제패해 ‘슈퍼 루키’로 떠오른 조아연은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