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 이어 몰리나리 발목 잡은 '아멘 코너' 12번홀
오거스타내셔널GC의 파3 12번홀이 또 한 번 골프 역사를 바꿔놨다. 이번에는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희생양이었다.

몰리나리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끝난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를 앞두고 13언더파로 2타차 선두였으나 이날 2타를 잃고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13언더파 275타를 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돌아갔다.

몰리나리는 사실상 모든 페이트런(후원자라는 뜻의 마스터스 갤러리)에게 응원을 받는 우즈를 상대로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했다. 11번홀까지 1타도 잃지 않았고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아멘 코너’의 하이라이트 12번홀에 발목이 잡혔다. 몰리나리가 친 회심의 티샷은 그린 앞 턱을 맞고 그대로 해저드로 들어갔다. 이를 본 우즈는 안전히 그린 왼쪽에 공을 올렸다. 몰리나리는 벌타 후 세 번째 샷을 홀 약 4m 거리에 떨어뜨렸으나 보기 퍼트를 실패했고 결국 2타를 잃었다.

이 홀에서 흔들린 몰리나리는 15번홀에서 또 한 번 공을 해저드에 빠뜨렸고 두 번째 더블 보기로 무너졌다. 그사이 우즈는 15번홀과 16번홀 연속 버디로 달아났다. 12번홀이 또 한 번 골프 역사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12번홀은 지난 2016년에도 우승자를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제81회 마스터스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조던 스피스(미국)는 최종라운드 11번홀까지 5타 차 선두를 달리며 우승이 유력했다. 그러나 12번홀에서 티샷에 이어 세번째 샷까지 공을 물에 빠뜨렸고 쿼드러플 보기로 무너지며 우승컵을 대니 윌릿(잉글랜드)에게 내줬었다.

몰리나리는 지난해 디오픈(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즈를 꺾고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라이더컵(유럽 연합팀과 미국의 골프대항전)에서도 우즈에 3승을 거두며 ‘호랑이 킬러’로 떠올랐지만 마스터스에선 우즈를 넘지 못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